60여년 만에 다시 열리는 속초 철도시대…동서·남북 철도에 7158억
춘천~속초 2708억·강릉~제진 4450억 내년 정부예산안 반영
두 노선 공정률 20% 돌파…2029년 개통 목표
- 윤왕근 기자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반세기 넘게 철도 교통에서 비켜나 있던 강원 속초가 7000억 원이 넘는 국비를 지원받게 돼 2029년 동서·남북 철도망이 교차하는 '철도도시'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수도권과 설악권을 잇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와 강릉에서 속초·고성을 연결하는 강릉~제진 동해북부선이 나란히 공정률 20%를 넘어선 데 이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두 사업을 합쳐 7000억 원이 넘는 국비가 반영되면서다.
4일 강원도 등에 따르면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강릉~제진 철도건설 4450억 원, 춘천~속초 철도건설 2708억 원이 각각 반영됐다.
두 사업에 반영된 국비는 총 7158억 원이다. 강원도가 확보한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국비 2조4243억 원의 약 29.5%에 해당한다.
특히 속초 입장에서는 단순히 두 개의 대형 철도사업에 예산이 투입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두 노선이 모두 속초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춘천에서 화천·양구·인제를 거쳐 속초로 들어오는 동서고속화철도가 수도권과 설악권을 동서로 연결한다면, 동해북부선은 강릉에서 양양·속초를 거쳐 고성 제진까지 동해안을 남북으로 잇는다.
계획대로 두 노선이 2029년 개통하면 속초는 수도권으로 향하는 동서축과 동해안을 잇는 남북축이 교차하는 철도 거점으로 변모하게 된다.
속초와 철도의 인연은 처음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건설된 옛 동해북부선은 1937년 양양까지 연결되며 속초를 비롯한 동해안 북부지역을 지났다. 그러나 한국전쟁과 분단으로 노선이 끊겼고 남측에 남은 구간도 이후 단계적으로 폐지됐다. 속초~간성 구간은 1965년, 양양~속초 구간은 1967년 폐지되면서 속초에서 철도는 자취를 감췄다.
두 노선이 계획대로 개통하면 속초는 1960년대 철도가 사라진 이후 60여년 만에 다시 여객철도를 품게 된다.
특히 과거 철도가 동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오가던 단일 축이었다면 이번에는 성격이 다르다. 새 동해북부선에 수도권에서 설악권으로 직결되는 동서고속화철도까지 더해져 속초를 중심으로 철도망이 동서와 남북으로 뻗게 된다.
두 철도는 이미 계획과 설계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공사 단계에 접어들었다.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는 2017년 국가재정사업으로 확정된 뒤 실시계획 승인 등을 거쳐 현재 8개 공구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속초시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공정률은 21%로, 최근에는 터널굴착기(TBM)를 활용한 터널 굴착도 본격화됐다.
2022년 착공한 강릉~제진 동해북부선 역시 8개 공구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같은 날 기준 공정률 역시 21%다. 두 노선의 현재 개통 목표는 모두 2029년이다.
착공 초기 행정절차와 기반공사를 지나 두 사업 모두 공정률 20%를 넘어선 상황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총 7158억 원이 반영되면서 향후 공정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가 가져올 변화는 이동시간 단축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속초는 국내 대표 관광도시임에도 운영 중인 여객철도가 없어 수도권 등 외지에서 접근하려면 승용차나 버스 등 도로교통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두 철도가 개통하면 수도권과 설악권을 잇는 새로운 철도축이 만들어지는 동시에 강릉·양양·속초·고성을 철도로 오갈 수 있게 된다. 하나의 철도가 들어오는 수준을 넘어 속초가 두 국가철도망이 교차하는 요충지가 되는 셈이다.
속초시가 철도 개통에 맞춰 역세권 개발과 복합환승센터, 마이스(MICE) 복합타운 등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는 신설 철도역을 단순한 승하차 공간에 그치지 않고 교통과 상업·관광·업무 기능이 결합된 새로운 도시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철도 개통에 따른 수도권 접근성 개선을 관광객과 생활인구 확대, 기업·공공기관 유치와 일자리 창출 등 도시 성장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7158억 원의 정부 예산안 반영이 곧바로 2029년 개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춘천~속초 철도는 당초 지역에서 2027년 개통이 기대됐지만 현재 목표 시점은 2029년으로 조정됐다. 일부 구간에서는 사업비와 공사 방식 등을 둘러싼 민원도 이어지고 있어 남은 공정의 안정적인 관리가 과제로 꼽힌다.
강릉~제진 철도를 둘러싼 의미도 과거와 달라졌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남북철도 연결과 유라시아 철도망 구축이라는 상징성이 부각됐지만 북한이 2024년 군사분계선 일대 동해선 연결구간을 단절하면서 현재는 강릉~양양~속초~고성을 연결하는 남측 동해안 철도망 구축이라는 현실적인 기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결국 앞으로 남은 3년은 속초가 '철도 없는 관광도시'에서 '철도 교차도시'로 전환하는 준비기간이 될 전망이다. 철도 건설과 함께 역세권 개발과 환승교통체계, 기존 도심과 신설 역사를 잇는 교통망 등을 얼마나 갖추느냐에 따라 개통 효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60여년 만에 다시 철도를 품는 것을 넘어 두 국가철도망의 교차점으로 바뀌는 속초. 내년도 7158억 원의 국비는 그 변화가 구상에서 현실로 넘어가는 데 힘을 보탤 전망이다.
속초시 관계자는 "철도 개통에 맞춰 역세권 개발과 교통체계 구축 등 관련 사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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