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불편해도 살려면 입어야죠"…어민들 허리에 채워진 생명벨트
어선 구명조끼 착용 의무화…거진 앞바다 해상순찰 동행
조업 편한 벨트형 구명조끼 착용 많아…"안전 먼저" 어민도 공감
- 윤왕근 기자
(강원 고성=뉴스1) 윤왕근 기자
"안녕하십니까. 거진파출소입니다. 현재 검문검색 중입니다.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일 오전 10시 15분쯤 강원 동해안 최북단 고성군 공현진 앞바다.
속초해양경찰서 거진파출소 연안구조정이 사이렌을 울리며 조업 중인 어선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구명조끼 착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멀리서 봤을 때 어민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상체에는 검은 작업복만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가 가까워질수록 눈에 들어온 것은 허리에 둘러진 벨트였다. 언뜻 허리띠처럼 보였던 그것은 물에 빠지는 순간 공기주머니가 부풀어 일반 구명조끼 형태로 변하는 벨트형 팽창식 구명조끼였다.
"선장님, 7월부터 어선에서는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하셔야 합니다. 미착용 시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안전을 위해 꼭 착용 부탁드립니다."
어민은 짧게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속초해경 관계자는 "반드시 스펀지 조끼 형태를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벨트형 팽창식 구명조끼도 구명 성능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상특보 발효 시나 일정 규모 이상 어선에만 적용되던 구명조끼 착용 규정이 확대됐다. 7월부터는 승선 인원과 관계없이 외부 갑판에서 작업하는 모든 어선원은 구명조끼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선원과 선장 모두 1차 90만 원, 2차 150만 원, 3차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외국인 선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또 단순히 걸치기만 해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버클을 채우지 않았거나 몸에 제대로 밀착하지 않은 경우, 훼손됐거나 기준에 맞지 않는 구명조끼를 착용한 경우도 단속 대상이다.
실제 이날 거진파출소 대원들이 검문에 나선 결과, 연안 어선과 문어잡이 어선 대부분은 벨트형 팽창식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물과 통발을 다루는 작업 특성상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조끼형보다 선호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잠시 뒤 만난 또 다른 문어잡이 어선.
어민 김 모 씨는 허리 통증 때문에 벨트형 구명조끼를 어깨에 멘 채 작업하고 있었다. 단속 경찰관들은 "구명조끼를 허리에 밀착해 착용해야 효과가 있다"고 계도했다.
김 씨는 "우리가 안전하게 먹고살려면 구명조끼는 해야 한다고 본다"며 "불편한 점은 있지만 안전을 위한 거니까 잘 착용하겠다"고 말했다.
해경은 불편해서 착용을 꺼렸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속초해경 거진파출소 순찰팀 김홍필 경사는 "바다 위에서는 갑작스러운 파도나 미끄러짐 등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허리에 차는 벨트형이든 조끼형이든 종류와 관계없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작업할 때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착용을 기피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시행 전부터 지속적으로 계도 활동을 한 결과 지금은 평상시에도 대부분 착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접근했을 때만 급히 착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지속적인 해상 순찰과 계도를 통해 상시 착용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해상 순찰을 마친 해경은 거진항으로 돌아온 뒤에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부두에 정박한 어선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출항을 준비하는 어민들에게 구명조끼 착용 의무화 제도를 설명하고 올바른 착용법을 안내했다.
김 경사는 마지막으로 "출항 전에는 본인뿐 아니라 함께 탄 동료도 구명조끼를 착용했는지 서로 확인해 달라. 구명조끼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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