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부부싸움 상담하다 모텔행…준강간 무죄, 이유는?
1심 이어 2심도 무죄 선고받은 30대…재판부 “항거불능 단정할 증거 부족”
- 이종재 기자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이혼을 경험한 친오빠 친구에게 부부싸움 고민을 털어놓으려 만난 술자리는 결국 법정 공방과 '성범죄 혐의'라는 파국으로 이어졌다. 2년에 걸친 치열한 다툼 끝에 법원이 내린 최종 결론은 무죄였다.
사건은 2023년 6월30일 밤 강원 춘천의 한 주점에서 시작됐다. A 씨는 B 씨 친오빠의 오랜 친구로, 평소 B 씨의 남편과 자녀 등 가족 전체와 허물없이 교류하던 사이였다.
이날 두 사람이 마주 앉은 이유도 B 씨의 부부싸움 고민을 들어주기 위한 '상담' 목적이었다.
두 사람은 약 2시간 30분 동안 소주 4병을 나눠 마셨고, 이어 자리를 옮겨 맥주를 추가로 마셨다.
새벽 2시 30분쯤 이들은 노래방으로 향했다. 노래방에서 소주와 맥주를 추가로 주문했고, B 씨는 자신의 남편에게 '2차 자리가 끝나고 노래방에 간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노래방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인근의 한 모텔 부근에서 하차한 뒤부터는 만취한 B 씨의 기억이 조각나기 시작했다.
곧이어 모텔 객실에 들어간 두 사람은 성관계를 가졌다. B 씨가 정신을 차린 것은 7월1일 새벽 6시45분쯤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며 A 씨가 휴대전화를 건넨 순간이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 남편을 만난 B 씨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객실을 확인하고 온 남편이 침대에서 혈흔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B 씨는 "끊긴 기억 중에 내가 아프다고 싫다고 하자 A 씨가 미안하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며 동의 없는 성관계가 있었다는 취지로 A 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B 씨가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보고 A 씨를 준강간 혐의로 기소했다.
법정에 선 A 씨 측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변호인은 "택시에서 내리고 모텔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B 씨는 어느 정도 의식이 유지되는 수준이었다"며 "스스로 이탈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항소심에서도 검찰은 "음주 후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달했을 시점"이라며 "피해자는 알코올 블랙아웃을 넘어서는 상태였을 것"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무죄'였다. 1·2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결정적인 근거는 모텔 부근에 있던 CCTV 영상이었다. 해당 영상에서 B 씨는 순간적으로 비틀대거나 뒷걸음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A 씨를 향해 뛰어가거나 자의로 업히는 등 능동적인 태도를 보였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전체적인 모습과 태도 등에 비춰볼 때 당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결여된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블랙아웃 상태에서 자신이 성관계에 동의했을 리가 없을 것이라는 피해자의 추측성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A 씨 입장에서도 특별히 행위통제 능력이 결여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B 씨가 실제로는 만취 상태였다는 점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eej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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