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을 선포한다" 미화원 강요·폭행 공무원, 첫 재판서 "혐의 인정"
"주가 올리게 빨간 속옷 입어" 속옷 끌어올려 확인까지
법정 나온 피해자 "엄중 처벌 원한다"…3월 11일 속행
- 윤왕근 기자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환경미화원들을 상대로 수개월간 폭행과 강요, 가혹행위를 일삼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강원 양양군청 소속 공무원이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형사부(이은상 판사)는 14일 강요, 상습폭행, 협박, 모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양양군청 소속 운전직 공무원 A 씨(43)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A 씨는 지난해 7~11월까지 양양군 한 면사무소에서 쓰레기 수거 차량을 운행하며, 지휘·감독 관계에 있던 환경미화원 3명(공무직 1명·기간제 2명)을 상대로 기분이 나쁘거나 자신이 보유한 주식 가격이 하락했다는 이유로 60차례에 걸쳐 강요하고, 10차례 협박과 7차례 모욕 행위를 반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특정 주식이 오를 때까지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내 말을 안 들으면 제물로 바쳐 밟아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피해자 1명에게 이불을 덮고 엎드리게 한 뒤, 다른 동료들에게 이를 발로 밟게 하는 이른바 '멍석말이' 폭행을 지시했다.
또 A 씨는 "주가를 올리려면 빨간 속옷을 입고 빨간 담배를 피워야 한다"며 피해자들에게 속옷을 허리 위까지 끌어올려 '빨간 속옷' 착용 여부를 공개하도록 하는 행위도 강요했다.
이 밖에도 특정 주식 매수를 강요하고, 담배꽁초를 던지거나 비비탄 총을 발사하는 등 상습 폭행 했으며, 스프레이건으로 물을 뿌리거나 불 붙은 성냥을 던지고, 옷을 갈아입는 피해자를 발로 걷어차는 등의 행위도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쓰레기 수거차를 운전하며 "다 같이 죽자. 보험금 5000만 원 나온다"며 운전대를 급히 틀어 위협한 혐의와, 다수의 행인 앞에서 피해자를 향해 "저 XX를 보면 밥맛이 떨어진다" 등 7차례 모욕적인 발언을 한 혐의도 공소장에 적혔다.
이날 법정에서 A 씨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A 씨 역시 "모두 인정한다"고 직접 말했다. 연갈색 수의를 입고 출석한 A 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있었다.
법정에는 피해자들도 출석했다. 피해자 B 씨는 "엄중하게 처벌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재판부는 "사안이 가볍지 않고 국민적 관심도 큰 사건"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진지한 사과와 피해 회복의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A 씨 측은 피해자들과의 합의를 위해 기일 속행을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다음 공판을 오는 3월 11일 오후 3시에 열기로 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11월 23일 인지수사로 A 씨를 입건한 뒤, 같은 달 27일 양양군청과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12월 10일 구속 송치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양양군은 A 씨를 직위해제했다.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강릉지청도 직권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확인하고, 양양군청이 즉시 조사에 착수하지 않고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총 8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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