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학습 초등학생 참변' 담임교사 항소심서 선고유예 감형(종합)

2심 재판부 "교사·운전기사 당심서 유족과 합의해"
교원단체들 잇따라 성명…교사 보호 대책 마련 촉구

춘천지법.(뉴스1 DB)

(강원=뉴스1) 한귀섭 기자 = 초등학생이 현장체험학습 중 교통사고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담임교사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춘천지법 제1형사부(심현근 부장판사)는 14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담임교사 A 씨(35)의 항소심에서 원심(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파기하고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를 받는 보조 인솔 교사 B 씨(39)는 원심(무죄)을 유지했고, 교통사고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버스 운전기사 C 씨(73)는 원심(금고 2년)을 파기하고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인솔 교사로 현장 체험 학생 장소에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주의 의무를 기울여야 함에도 학생 대열 전반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학생들을 인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 사건 운전자 과실 등이 결합해 발생한 것으로 전직인 과실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고, 당심에 이르러 유족들과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총과 강원교총 등이 14일 춘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등학생이 현장체험학습 중 교통사고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은 교사들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2025.11.14 한귀섭 기자

재판부는 B 씨에 대해 "사고 버스 재현 동영상을 제출하면서 주의의무는 없다는 주장하지만 가정에 의한 실험에 불과하다"며 "그러한 실험만으로는 원심이 인정한 이동 거리와 달리 산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C 씨에 대해 "피고인이 학생들이 모두 떠났는지 확인하고 버스를 진행했거나 진행하면서 전방 좌우를 살폈다면 이와 같은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사고 당시 피해자는 운행 차량 대각선 전방에 쪼그리고 앉아 상체를 전부 숙인 자세로 신발 끈을 묶고 있어 피해자가 보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고령인 데다 건강이 좋지 못하다"며 유족과 합의 한 점은 유리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17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들의 항소를 기각해달라"며 원심 구형량(A·B 씨 각 금고 1년·C 씨 금고 3년)대로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당시 유족은 법정에서 "이 사건이 좋은 판례로 남았으면 좋겠다"며 "어린이 사고는 그 누구도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고봉 전교조 강원지부장이 14일 춘천지법 법정 앞에서 초등학생이 현장체험학습 중 교통사고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은 교사들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2025.11.14 한귀섭 기자

또 유족 변호인은 "유족들의 마음을 한번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다"며 "피고인들의 과실이 합쳐져서 이 사건에 과실의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는지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고 했다.

재판 이후 교원단체들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 "사랑하는 제자를 잃고 고통받았던 선생님들께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의무적인 현장 체험학습이 아니라 학교에 선택권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총과 강원교총 등도 이날 "이번 판결로 현행 학교안전법의 포괄적이고 모호한 면책 조항으로는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한계를 명백히 드러냈다"며 "교원이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분명한 면책 요건과 기준이 반드시 법령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교사노조도 "이번 사고 원인은 교사의 주의의무 위반이 아니라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불가항력적 사고였다"며 "교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현장체험학습 제도를 두고 보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지난 2022년 11월 11일 강원 속초 노학동의 한 테마파크 주차장에선 체험학습을 위해 방문한 초등학생 D 양(당시 13세)이 주차하던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났다.

이후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교사 A·B 씨와 버스 운전기사 C 씨를 각각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B 씨에겐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C 씨에게는 금고 2년을 선고했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