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가을, 짙게 물든다"…강원 단풍 스테디셀러는 '이곳'

'오색 커튼' 펼쳐진 진고개·한계령 드라이브
사연 담은 백담의 가을…2주만 허락 반계리 은행나무

설악산 단풍 자료사진.(뉴스1 DB)

(강원=뉴스1) 윤왕근 기자 = 끝없이 이어지던 더위가 물러나자마자, 강원 산하에 가을이 빠르게 내려앉았다.

이달 초 설악산을 시작으로 오대산과 치악산까지 단풍이 번지며, 강원 전역이 서서히 붉은빛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설악산엔 이미 첫눈이 내린 상태로, 계절의 흐름은 점점 더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설악산의 첫 단풍은 지난 10월 2일에 관측됐다. 평년보다 나흘 늦은 기록이다. 뒤이어 7일 오대산, 10일 치악산에서도 첫 단풍이 관측되며 본격적인 단풍철의 서막이 올랐다.

민간 기상업체 '웨더아이'에 따르면 오대산의 단풍 절정은 이미 지난 17일 시작됐다. 설악산 단풍 오는 23일, 치악산은 25일로 예상된다. 강원의 '붉은 찰나'를 만끽할 수 있는 시기는 사실상 이번 주말이다.

비나 눈이 오지 않는다면, 찰나의 가을을 느끼기 위해 등산화 끈을 조여맬 때다.

단풍 물드는 진고개 자료사진.(뉴스1 DB)
차창 밖에 펼쳐지는 '오색 커튼'…진고개·한계령 드라이브

강원의 단풍은 굳이 등산화를 신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

강릉 연곡면과 평창 대관령면을 잇는 국도 6호선 '진고개' 구간은 도로 양옆으로 붉고 노란 단풍이 물결치며 '오색 커튼'이라 불린다. 양양 오색리에서 인제 북면 한계삼거리로 이어지는 국도 44호선 한계령 구간 역시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만경대와 설악 능선마다 물든 단풍이 굽이치는 도로를 따라 흐른다.

다만 단풍 절정기엔 주말 고속도로를 방불케 할 만큼 정체가 심해 인내심이 필요하다. 갓길 주차는 단속 대상이다.

오대산국립공원 선재길 자료사진.(뉴스1 DB)
월정사 선재길, 전나무 숲 아래 '붉은 카펫'

오대산 단풍의 중심은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이어지는 '선재길'이다.

10㎞ 남짓한 이 길은 전나무 숲길을 시작으로 월정사와 동피골을 지나 상원사에 닿는다. 가을이면 길가의 단풍잎이 떨어져 붉은 카펫을 이루고, 월정사 초입의 전나무 숲은 붉은빛과 초록빛이 교차하며 신비로운 풍경을 만든다.

오대산 국립공원 내 소금강 계곡의 광폭포~구룡폭포 구간도 단풍 명소로 손꼽힌다. 기암괴석 사이로 고개를 내민 단풍이 폭포 물줄기와 어우러지며 절경을 이룬다.

강원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뉴스1 DB)
"단풍 아니지만"…2주만 허락된 '반계리 은행나무'

10월 말에서 11월 초, 강원 원주 문막읍 반계리엔 단 2주 간 허락된 '황금빛 시간'이 찾아온다.

수령 800년의 천연기념물 제167호 반계리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드는 시기다. 높이 30m, 둘레 15m의 거목은 마을의 수호목으로 전해지며, 단풍이 한꺼번에 들면 다음 해 풍년이 든다는 속설도 있다.

올해도 이른 서리와 가을 햇살이 맞물리며 은행나무의 황금빛 물결이 장관을 이룰 전망이다.

인제 백담계곡의 가을.자료사진 (인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연 품은 백담사…붉은빛 감도는 주전골

설악의 단풍은 언제나 가을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다.

인제 백담사로 향하는 길은 고요한 사찰의 분위기와 단풍의 화려함이 맞물려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권력 다툼 끝에 칩거했던 한 전직 대통령의 흔적이 남은 곳으로, 단풍이 지는 백담의 가을은 덧없음과 사색을 품은 계절의 얼굴을 하고 있다.

남설악 오색지구의 주전골 역시 붉은빛으로 물드는 가을 명소다. 약수터탐방지원센터에서 용소폭포까지 이어지는 3㎞ 탐방로는 단풍 절정기면 ‘붉은 터널’로 변한다. 엽전을 쌓은 듯한 바위에서 유래한 '주전골' 이름처럼 절벽마다 황금빛과 붉은빛이 어우러진다.

안반데기 단풍 자료사진.(뉴스1 DB)ⓒ News1 윤왕근 기자
설악 단풍, '짜증 없이' 즐기려면…"셔틀 타고 오세요"

짙어지는 가을빛에 설악산을 찾는 발길도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절정의 단풍을 '짜증 없이' 즐기려면 교통대책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게 좋다.

특히 단풍철 설악산을 찾는다면 '셔틀버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속초시와 경찰, 신흥사, 모범운전자회와 함께 '2025 단풍철 특별교통대책'을 시행한다. 매년 단풍철마다 차량이 몰리는 설악동 소공원 진입도로는 전면 통제되고, B·C지구에서 소공원까지 2.8㎞ 구간엔 주말마다 무료 셔틀버스가 탄력적으로 운행된다.

차량 대신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주차 걱정 없이 단풍 절경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현장 교통전광판을 통한 실시간 안내, 불법 주정차 단속, 교통약자를 위한 특별수송 차량도 함께 운영된다.

양양군도 오는 11월 9일까지 오색지구 교통관리 대책을 가동한다.

대청봉으로 향하는 오색·한계령 코스와 주전골·흘림골 탐방로에는 자율방범대와 모범운전자회 인력이 배치돼 안내와 질서 유지에 나선다. 오색령 정상에서 오색입구까지는 이동식 단속카메라도 운영된다.

박용환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자원보전과장은 "탐방객들이 단풍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가급적 대중교통이나 셔틀버스를 이용해 여유 있는 가을 산행을 즐겨 달라"고 말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