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전쟁 111일]'돌발가뭄'의 경고…기존 예·경보 체계론 안된다

역대급 폭염·마른장마까지…강수량 대비 증발량 평년의 3배
"예·경보 주간 예보 체계로 변경, 돌발가뭄 대응해야"

편집자주 ...111일 동안 이어진 강릉의 가뭄은 9월 단비와 함께 막을 내렸지만, 남긴 상처와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기존 예·경보 체계가 따라가지 못한 '돌발 가뭄'은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경고음이다. 강릉 가뭄을 심층 분석했다.

지난 10일 오후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가 바짝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2025.9.1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올여름 극심한 강원 강릉지역에 111일 간 지속된 가뭄 사태의 원인으로는 단기간에 짧고 극심하게 나타나는 '돌발가뭄(Flash Drought)'의 영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돌발가뭄은 강수 부족과 고온으로 인한 증발량이 늘어나며 수자원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강수량 부족으로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발생하는 일반 가뭄과 달리 돌발가뭄은 수주만에 급속한 수분 증발이 이뤄진다.

앞서 오봉저수지의 평년 대비 저수율은 6월 29일 66%에서 7월 14일 40%로 2주 만에 무려 20%p 급감했다. '서서히' 일어나는 일반 가뭄이 아닌 '돌발가뭄'의 영향이다. 이후에도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7월 23일 53.6%에서 8월 6일 43.6%로 10%p가 감소했고, 강수량 또한 현저히 줄면서 계속 떨어졌다.

기후· 에너지 정책 싱크탱크인 '넥스트'가 강수량 등 기상 데이터와 저수지 저수율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7월 강릉시의 강수량 대비 증발량은 155.6%에 달했다. 이는 평년 7월(47.3%)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강원 강릉시가 극한 가뭄에 시달리는 가운데, 9월11일 시내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또 역대 최저치로 기록됐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런 상황에서 올해 '역대급 폭염'에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는 '마른장마'까지 겹친 영향도 크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7월 강릉의 폭염 및 열대야 일수는 각각 17일, 18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폭염·열대야 일수로 기록됐다. 평년(폭염 5.6일·열대야 6.8일)의 3배 수준이기도 하다.

또 올해 6~8월 강릉지역 강수량은 187.9㎜로. 1911년 강릉 기상대 관측 이래 가장 적은 여름 강수량을 기록했다.

결국 여러 최악의 요인들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강릉지역 생활용수의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냈다.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올 4월까지만 해도 저수율 90%대로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6월 50%대, 8월 20%대로 급감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22일 19%로 떨어졌고, 이달 12일에는 역대 최저치인 11.6%까지 곤두박질쳤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정해수 넥스트 연구원은 "강릉의 경우 올 여름철 적은 강수량에 역대급 폭염으로 인해 돌발가뭄 현상이 여러 차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름철 고온으로 인한 '폭염형 돌발가뭄'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돌발가뭄'은 예·경보, 통계, 대응 체계에서 배제돼 있다. 이에 대응하려면 그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현재 월별로 된 예·경보를 주간 예보 체계로 변경해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22일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60%대 선을 회복했다. 이는 이달 12일 기록한 최저치 11.6%에서 열흘 만에 5배 이상 회복한 수치다. 이에 따라 같은날 오후 6시를 기해 강릉에 내려졌던 재난 사태를 공식 해제했다.

최악의 가뭄을 겪은 강릉시는 오는 30일까지 '2026년도 예산편성 주요 업무보고회'를 통해 △연곡 정수장 증설 및 현대화 △지하수 저류댐 설치 △재해 위험 개선 지구 정비 등 가뭄·재해예방 사업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