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시장님 칭찬해" 수상한 댓글 이어…여직원들 '맘카페 여론전' 의혹

시 공무원회의서 계장급 60명 불러 지시 의혹
"시장 지시 아니다…허위 내용 정정 차원 댓글"

김홍규 강원 강릉시장.(뉴스1 DB)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강릉시가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제한급수에 돌입하고 전국에서 군부대·소방차·헬기까지 총동원된 급수 지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홍규 강릉시장이 공무원들에게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 활동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 '강릉시민행동'의 운영위원장 홍 모 씨는 지난 10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홍규 시장이 지난달 29일 긴급 회의를 열고 여성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여론전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시민행동에 따르면 29일 오전 당시 강릉시청에선 계장급 이상 여성 공무원 60여 명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으며, 김 시장은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당시 회의에선 "가뭄과 관련해 잘못된 정보와 비판이 시민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직원들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댓글도 달아 허위 내용을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강릉맘카페에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라"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다만 글의 맥락상 김 시장이 이를 직접 지시했는지는 드러나 있진 않다.

이날 회의 직후, 시 행정지원과장은 전 부서 과장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강릉지역 맘카페에 퍼진 잘못된 정보에 대응해 직원들이 정확한 내용을 알리고 허위사실에는 댓글을 달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시민행동은 주장했다.

강릉시청 새올행정시스템 칭찬합시다에 올라온 김홍규 강릉시장에 대한 칭찬 내용을 담은 게시글.(강릉시민행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11/뉴스1

시민행동은 해당 메시지가 일부 부서 과장을 거쳐 실제 직원들에게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시민행동은 이를 두고 "김홍규 시장은 시민 안전과 가뭄 극복 대책보다 본인에 대한 비판 여론 차단에 골몰했다"며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를 지목해 공무원들에게 댓글을 지시한 것은 불법 소지도 크다"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의 강릉 방문 당일에도 비슷한 의혹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당일 오후 강릉시 내부 행정망(새올행정시스템)에 올라온 '김홍규 시장님을 칭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캡처해 공유하며, 해당글이 게시된 이후 수백 건의 칭찬 댓글이 공무원들에 의해 달렸다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시민이 단수와 급수난으로 고통받는 시점에 시장에 대한 칭찬 릴레이가 내부망에서 벌어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강릉시민행동은 "강릉시민들이 지금도 절박하게 물 절약에 동참하고 전국 각지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데, 시장은 시민을 위한 행정이 아닌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우선했다"며 "김 시장은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릉시 측은 "오봉저수지 방류 등 왜곡된 정보와 유언비어로 인한 불필요한 불안을 해소하고, 시민들께서 실제 가뭄 대응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특히 일부에서 제기된 '시장이 직원들에게 댓글 작성을 지시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릉시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으며,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견 활동에 개입하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드라이브 스루로 물 받아가는 강릉시민.(뉴스1 DB)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