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환영 vs '악몽' 재현…강릉시 '도암댐 비상방류' 한시 수용(종합)
하루 1만 톤 확보 가능…환영 분위기 속 신중론도
강릉시 추가 정밀검사 중…"부적합 시 철회" 단서
- 윤왕근 기자,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강릉·세종=뉴스1) 윤왕근 기자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강원 강릉시가 극심한 가뭄을 타개하기 위해 논란이 이어져온 도암댐 도수관로 방류수를 한시적으로 생활용수에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환경부와 강릉시는 오는 20일 전후 시험 방류를 시작할 계획으로, 수질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즉시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결정에 지역사회에서 환영과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강릉시는 추가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환경부와 강릉시는 10일 공동 발표를 통해 도암댐 도수관로를 통한 비상 방류수를 가뭄 대응 목적으로 한시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주민대표, 시민단체, 강릉시의회 등과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됐다.
강릉시는 시 관계자와 학계,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수질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방류수의 수질과 방류체계의 안전성을 관리할 계획이다. 환경부의 수질검사와 별도로 자체 검사도 병행, 두 검사 결과를 교차 검증한다.
생활용수 원수로 부적합하다고 판단될 경우 환경부는 강릉시와 협의해 비상 방류를 즉시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와 원주지방환경청이 공개한 최근 수질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도암댐에서 측정된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7.5㎎/L(평균), 총대장균군은 11CFU/100mL였다. 이달 4일에는 COD가 6.5㎎/L(평균), 총대장균군은 9CFU/100mL로 개선됐다.
강릉시는 비상 방류수가 남대천을 거쳐 홍제정수장으로 공급되는 과정에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 강원도 재난기금으로 송수시설을 보강 중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하루 1만5000톤 이상의 원수를 홍제정수장으로 보낼 수 있고, 비상 방류로 하루 1만 톤의 원수를 확보해 오봉저수지 저수율 하락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강릉수력발전소는 도수관로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보강 공사를 진행 중이며, 20일 전후 시험 방류를 시작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한국수자원공사를 통해 정수처리 과정의 기술 지원도 제공할 방침이다.
극심한 가뭄 속 강릉시가 도암댐 도수관로 방류수를 한시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환영과 아쉬움,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봉 강릉시번영회장은 "시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도암댐 물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지역선 '이 물 저 물 가릴 때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절박했다. 이번 결정은 시민들이 기다리던 단비 같은 결정"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동안 '도암댐 활용론'을 주창해 온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극심한 가뭄 상황에서 도암댐 비상방류는 불가피한 선택이자 다행스러운 조치"라면서도 "결정이 조금 늦어 물 부족 사태가 심각해진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오봉저수지를 생활용수 위주로, 도암댐은 농업·공업용수나 보조 용수로 분담해 관리하는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수 과정과 수질 관리를 강화한다면 안정적인 급수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는 '한시적 허용'이라는 조건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긴급하고 절박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강릉시의 늦은 결정은 매우 아쉽다"며 "말그대로 '한시적 수용'임을 분명히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후 혼란과 갈등을 막으려면 강릉시가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강릉시는 비상 방류 결정과 관련해 환경부 검사 외에도 자체적으로 중금속 검출 여부 등 30개 항목에 대한 수질 검사를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는 다음 주쯤 나온다. 시는 일정 이상의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방류수 수용을 철회할 수 있다는 단서도 달았다.
황남규 강릉시 환경과장은 "도암댐 방류수는 예전 발전 방류와는 무관하며, 환경부와 국무조정실 제안에 따라 한시적으로 수용을 결정했다"며 "비소, 시안, 납 등 치명적 중금속이 검출될 경우 가뭄 상황과 방류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적으로는 하루 2만 톤까지 가능하지만 500m 낙차로 인한 수압 문제로 1만 톤으로 제한했다"며 "추가 공급으로 인한 가뭄 해소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이번 조치가 가뭄 상황에 한정된 '한시적 허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황 과장은 "가뭄이 해소되면 사용을 중단하고, 한수원도 계속 방류할 뜻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시민 안전과 수질 적합성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이르면 11일, 이날 구성하겠다고 밝힌 수질검증위원회의 인선을 공개할 예정이다.
1991년 준공 후 수력 발전을 시작한 평창 도암댐은 석회암 지대 특성상 농축산 오폐수와 토사, 녹조가 쉽게 유입됐다. 이에 강릉과 하류지역인 정선주민들에겐 '악몽'과도 같은 물이다.
이 같은 이유로 2001년 발전과 방류가 전면 중단됐다. 그러나 최근 강릉지역에 닥친 극심한 가뭄으로 그간 노력으로 수질이 개선됐다고 판단된 도암댐의 방류 터널 구간 물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wgjh6548@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