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처럼 지냈는데…" 김치냉장고 시신 유기범 엄벌 호소한 피해자 딸

1심서 '징역 30년'…항소심 선고 5월 18일
피해자 딸 "항소했다는 것에 더 큰 상처…최대한의 형 내려달라"

군산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전북 군산시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5.9.30 ⓒ 뉴스1 유경석 기자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여자 친구를 살해한 뒤 1년여간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은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40대가 항소심에서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장에게 발언권을 얻은 피해자의 친딸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호소했다.

8일 살인과 시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41)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정문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A 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모두 인정한다"고 답했다.

이날 A 씨가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재판은 바로 결심까지 진행됐다.

검사는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1심 결심공판에서도 A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었다.

이에 변호인은 "피고인이 저지른 범죄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이 사건 전까지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성실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온 점, 수사 초기부터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고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감경해달라"고 요청했다.

A 씨 역시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갈 유가족에게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재판부는 이날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 B 씨 유족에게도 발언 기회를 줬다. 유족들은 재판부의 '할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 엄벌을 호소했다.

피해자의 친딸은 "피고인과 오랜 시간 가족처럼 지냈다"며 "이런 무거운 죄를 짓고도 항소했다는 것에 더 큰 상처를 입었다. 어떤 처벌이 내려져도 저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다시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이 정말 반성하는지 의문이다.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형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A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5월 18일 열릴 예정이다.

A 씨는 지난 2024년 10월 21일 군산시 조촌동의 한 빌라에서 당시 사귀던 여자 친구 B 씨(40대)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김치냉장고에 시신을 숨긴 혐의로 기소됐다. 또 그는 B 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8800만 원 상당의 대출을 받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29일 오전,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에 실종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신고자인 B 씨 동생이 자신의 언니가 1년 동안 메신저로만 연락을 주고받는 것을 이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공조 요청을 받고 수사에 나선 군산경찰서는 같은 날 오후 수송동의 한 원룸에서 A 씨를 긴급체포했다.

A 씨는 "주식 문제로 다투다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A 씨의 진술에 따라 과거 B 씨와 함께 거주했던 조촌동 빌라에서 B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B 씨의 시신은 김치냉장고에 보관되고 있었다.

조사 결과 A 씨는 범행 이후 B 씨 가족의 연락에 메신저로 답하고, 빌라 월세를 납부하는 등 범행을 은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시신을 은닉하기 위해 직접 김치냉장고를 구입했으며, B 씨 명의로 대출을 받거나 보험을 해지한 뒤 받은 돈 8800만원 상당을 가로채는 등 추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대출받은 금액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연인을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냉장고에 은닉하고 피해자를 사칭해 가족들을 속이는 등 장기간 범행을 은폐해 엄벌에 처할 필요가 매우 높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