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절도' 항소심 무죄…변호인 "대법서도 결과 안 달라질 것"(종합)

절도 혐의…1심 벌금 5만원→2심 재판부 무죄 선고
고정사건 피고인 불출석…변호인 "좋은 결과로 마무리돼 감사"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협력업체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 등 1050원어치 간식을 꺼내 먹은 혐의로 기소된 4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 사건 변호인은 "검찰의 상고 여부를 지켜봐야겠지만, 대법원에서도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는 27일 절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 씨(41)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5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1월 전북 완주군의 한 물류회사 냉장고에서 450원짜리 초코파이와 600원짜리 커스터드를 꺼내 먹은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보안 협력업체 직원으로 근무 중이었다.

물류회사 관계자의 고발로 수사를 받게 된 A 씨는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A 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절도 혐의로 유죄가 확정될 경우 경비업법에 따라 직장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A 씨의 절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사건이 발생한 사무실이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출입이 제한된 공간인 점 △냉장고가 사무공간 안쪽 깊숙한 곳에 있어 다른 직원들이 접근하지 않는 장소인 점 △피고인이 냉장고 간식에 대한 처분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진술 등을 근거로 A 씨에게 벌금 5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사유로 항소했다.

이 사건은 큰 논란을 불러왔다. '과연 기소까지 할 사안인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2심 재판부도 "(세상이) 각박한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검찰은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검찰 시민위원회를 열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시민위원 12명 중 다수는 '선고유예' 구형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지난 10월3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A 씨에게 선고유예를 구형했다.

선고유예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형의 선고를 미뤄줬다가 2년간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형 선고가 없도록 해주는 제도로, 유예기간이 지나면 형의 효력이 사라져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죄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새벽 시간대 탁송기사와 보안업체 직원들이 냉장고 간식을 자유롭게 이용해 온 관행이 있었고, 냉장고 접근이 제한된 공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다수의 직원이 '탁송기사들로부터 배고프면 간식을 먹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토대로 이 같은 정황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사무실 구조와 냉장고 위치, 간식의 용도와 그 가격, 사무직원과 탁송기사, 보안업체 직원들의 근무 형태와 업무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 측이 '탁송기사들은 허락 없이는 냉장고를 열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은 근무 형태와 실제 이용 실태에 비춰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설령 탁송기사들에게 냉장고 물품을 처분할 권한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탁송기사들이 간식을 제공할 권한이 있다고 충분히 착오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피고인이 간식을 가져가도 된다고 오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물건을 가져간다는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날 법정에는 A 씨 대신 A 씨 변호인만 참석했다.

선고 직후 A 씨 변호인은 취재진과 만나 "감사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그간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해 왔고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검찰도 선고유예를 구형해 위험부담이 줄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상고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대법원에서도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