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8차례 호우피해, 대책 언제쯤"…물 폭탄에 '아수라장' 군산
[르포] 우수저류조 무용지물…주택·도로 등 226건 피해
2012년에도 물난리…"정부 차원 특단 대책 절실"
- 김재수 기자
(군산=뉴스1) 김재수 기자 = 285㎜의 폭우가 할퀴고 간 전북 군산 곳곳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8일 찾은 나운동 구 보건소사거리. 6~7일 내린 기록적인 비로 물바다가 됐던 일대 상가 건물 앞은 물에 흠뻑 젖어 쓰레기가 돼버린 자재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오물로 인한 심한 악취도 났다.
군인과 소방, 공무원, 시민 등 3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살수차를 이용해 상가 내부의 진흙을 걷어내는가 하면 젖어 못 쓰게 된 물건들을 밖으로 내놓느라 분주했다.
건물 안에는 피해 복구에 지친 자원봉사들이 축 늘어진 채 앉아 있기도 했다. 건물 내부에 선명히 남은 진흙물 얼룩은 당시 상황을 짐작게 했다.
6일 오후 11시부터 집중된 폭우로 일대 상가 등은 삽시간에 물에 잠겼다. 이 일대는 군산 내 대표적인 침수 피해 우려 지역이다.
2012년 8월에도 물난리를 겪었다. 시는 반복되는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2014년 빗물을 저류하고 강우 종료 시 인근 우수관로에 배수되도록 하는 우수저류시설 2곳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소용 없었다. 이번 폭우로 주변 상가 건물은 1층 높이 가까이 물에 잠겼다.
건물에 입주한 생활용품 판매점, 가구점, 마트, 커피숍, 과일가게, 음식점 등 10여 개 상점이 본 재산 피해는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루아침에 쓰레기가 돼 버린 식자재를 바라보는 주인 문영진 씨(54)는 허탈한 표정이었다.
이곳에서 15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그는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호우피해를 봤다"며 "해마다 피해가 반복되는데도 왜 시청에서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피해가 컸던 탓인지 복구 작업은 더뎠다.
일부 점포에선 심한 악취가 났다. 지하 정화조에서 흘러넘친 오물이 집기들을 덮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복구작업을 벌였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박미순 씨(58)는 "피해 본 주민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함께 하기 위해 봉사에 참여했다"며 "아직 전쟁터나 다름없지만 하루빨리 피해복구가 이뤄져 일상생활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는 "피해 주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몸은 힘들지만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피자가게 주인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영세 상인들은 앞으로 어떻게 견뎌낼지 걱정스럽다"며 "정부 차원의 특단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주위의 온정어린 손길에 그나마 힘이 난다"며 "하루빨리 복구해 지역에 조그마한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했다.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이연화 군산시의원은 "우수저류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폭우에는 속수무책이었다"면서 "배수 기능을 강화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이런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군산시도 피해복구에 팔을 걷어붙였다. 현재 전 직원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해 피해 접수와 현장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원봉사센터와 유관기관 등 협조를 통해 중장비와 인력도 신속 투입하고 있다.
한편, 군산에는 시간당 152.2㎜의 폭우가 내려 1968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강한 비가 쏟아졌다. 폭우로 226건의 주택·도로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kjs6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