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고 있는 완주·전주 통합 갈등…통합 방식은 여전히 안갯속
주민투표 지연·이해관계 첨예화로 통합 논의 난항
- 임충식 기자, 강교현 기자
(전주·완주=뉴스1) 임충식 강교현 기자 = 전북 완주군과 전주시의 행정통합 논의를 둘러싼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갈리면서다. 여기에 행정 절차까지 늦어지면서 통합을 둘러싼 진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민간 단체가 통합 찬성 주민 서명부를 완주군에 제출하면서 완주·전주 통합 절차가 시작됐다.
이후 전북도가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에 통합 건의서를 내면서 관련 절차가 속도를 내는 듯했다. 당초 완주군민 주민투표는 8~9월 실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주민투표 결정 권한을 가진 행정안전부 장관 임명이 늦어지면서, 주민투표 결정 시기가 뒤로 밀렸다. 새로 임명된 장관이 전주·완주 통합이라는 지역 현안을 파악하고 결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오는 10월이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북도 관계자는 "도는 지방시대위원회에 관련 안건을 제출했고, 이제 남은 절차는 행안부의 몫"이라며 "행안부가 내부적으로 절차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9월 중에는 투표 권고가 있을 것으로 보지만 정확한 일정은 예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민투표법과 지방자치법상 주민투표는 장관 고시, 선거인 명부 작성, 투표 준비, 시행, 개표·결과 공표 순으로 진행된다.
전북도의 예상대로 9월 중 장관이 일정을 고시하면, 명부 작성과 투표소 설치 등 준비가 진행된다. 공청회나 의견 수렴은 법적 필수는 아니지만, 지자체가 필요하면 별도로 열 수 있다.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고시 후 투표까지 2~4주 정도 소요된다.
투표 권고가 지연되면서 지역주민·정치권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현재 완주군 내에서는 찬반 단체 간 비난과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양 지역 정치권도 의견이 갈라져 있다. 통합 찬성 측 선봉에 선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주시 병)은 앞서 통합 추진 반대 입장을 낸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을 향해 '미래를 향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반대 입장을 피력했던 안호영 의원은 최근 김민석 총리와 만나 투표 추진 중단과 전주·완주·익산을 잇는 100만 메가시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당시 김 총리는 "일방적 추진은 안 된다는 점에서 동의한다"며 "지역 여론을 충분히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자치단체도 입장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우범기 전주시장과 유희태 완주군수는 최근 사흘 연속 1대1 TV토론을 진행했다. 어렵게 성사된 토론회지만,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구체적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
전주시장은 주민투표로 완주군민 여론을 확인하자고 했고, 완주군수는 투표 없이 여론조사로 결론을 내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과정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북지역 대학의 한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통합 실패 사례와 주민 반대 이유를 분석하고 현재 상황과 비교해야 한다. 이를 생략하면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시도의 통합 사례와 외국 사례를 참고해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전략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현재 이런 노력이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부 역할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교수는 "통합은 주민투표를 전제로 한 지방자치 사안이므로 행안부가 강제로 개입하는 것은 자율권 침해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양 지역 갈등이 심화한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주민투표 등 결정을 위한 구체적 절차를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양 지역의 주민들은 결과를 떠나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주시민 김 모 씨(62·여)는 "찬반 논쟁이 길어지면서 주민들 간 감정싸움이 심해진 것 같다"며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명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완주군 주민 박 모 씨(46)도 "주민투표든 여론조사든 빠르게 진행해 군민들의 의견이 확실히 반영되길 바란다. 안타까운 지역 상황이 조속히 정리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전주·완주 통합은 지난 1997년, 2007년, 2013년 세 차례 시도됐으나 모두 완주군민 반대로 무산됐다. 2013년 주민투표에서는 전주시민 찬성이 압도적이었지만 완주군민 55.4%가 반대한 바 있다.
kyohyun2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