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3인 왕복 93만원이라니"…'금값' 된 하늘길에 관광 비상
대한항공 필두로 유류할증료 줄줄이 인상
관광업계 '울상'…도민 이동권 제한 문제도
-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 제주에서 직장에 다니는 A 씨(32)는 벌써 걱정이 깊다. 매주 주말마다 서울에 있는 아내와 아이를 만나러 비행기를 탄 그는 "당분간 가족들 만나러 가기 힘들 거 같다"고 한숨을 지었다.
#. 제주도민 B 씨(68)는 최근 시간 날 때마다 항공권을 검색하고 있다. 일을 보러 육지에 자주 나가는 그는 5월 항공료 인상 소식에 미리 표를 구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당장 5월엔 부산, 8월엔 서울에 가야 하는 데 비싼 좌석이라도 사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 경기도에 사는 C 씨(41)는 여름휴가로 제주 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했다. 아직 회사에서 연차 승인을 받지 못해 항공권을 미리 사기 어려워서다. 그는 "다음 달에 사면 아이 몫까지 왕복 비행기만 90만 원이 넘을 거 같더라"라며 "그 돈이면 가까운 곳으로 여행가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다음 달 국내선 항공편 유류할증료를 기존 7700원에서 3만 4100원으로 4.4배 이상 인상한다.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저비용항공사(LCC)도 유류할증료 인상에 동참했다. 진에어, 제주항공 역시 유류할증료를 기존 7700원에서 3만 4100원으로 올린다. 2016년 현행 유류할증료 체계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고액이다.
항공권 가격이 오르면서 가장 먼저 반응한 쪽은 제주도민과 제주 여행을 계획하던 관광객들이다. 제주 노선은 단순한 여행 상품이 아니라 일상 이동과 생계, 가족 방문이 걸린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도민들에게는 병원 진료와 업무 출장, 가족 방문이 문제이고, 관광객들에게는 여행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13일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날 기준 김포~제주 노선의 주말 일반석 정상운임은 4월 현재 최대 12만 8700원이다. 여기에 유류할증료 인상분을 적용하면 15만 5100원이 된다.
가장 가까운 징검다리 연휴인 5월 1~5일 김포~제주 노선 일반석 정상운임은 왕복 31만 200원으로 추산된다. 이때 맞춰 제주 여행을 오려면 항공료로만 3인 가족 기준 93만여 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물론 특가나 할인 항공권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표는 비성수기나 예약률에 따라 제한적으로 풀리는 데다, 제주 노선은 수요가 워낙 많아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실제로 8월 첫 주말 대한항공 특가와 할인 항공권은 대부분 매진된 상태다.
문제는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는 몇개월의 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에 국제 유가 급등 사태가 일단락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항공료가 인하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다음 달 제주~인천 국내선 취항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한 시장 확대 등을 기대했던 관광업계에서는 '찬물을 끼얹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제주 관광업계 관계자는 "제주 노선은 단순한 경쟁 시장이 아니라 지역 접근성과 직결된 핵심 인프라"라며 "최근 슬롯 재배분으로 인해 항공 좌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항공료까지 오른다면 제주 하늘길은 더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 인상은 관광객뿐 아니라 병원 방문 등 일상적 이동을 위해 항공기를 이용해야 하는 도민에게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필요 시 지원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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