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제주 법원경매 물량 '역대 최다'…낙찰률·매각가율 동반 하락

고금리·경기침체 영향으로 8238건 달해
실수요 부동산 선방…투자·수익형 저조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가 겹치면서 지난해 제주지역 법원 경매 물량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물량은 쏟아졌지만 낙찰률과 매각가율은 전년보다 떨어졌다.

9일 제주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진행된 법원 경매 물량은 8238건으로 집계됐다. 전년(6079건)보다 35.5% 늘어난 수치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기록(8024건)을 넘어선 역대 최다 물량이다.

하지만 매각률은 급격히 하락했다. 지난해 매각 건수는 1585건에 그쳐 매각률은 19.2%를 기록했다.

총 감정가 1조252억 원 가운데 실제 매각가는 4949억 원 수준으로, 매각가율도 48.2%에 머물렀다. 전년(2024년)보다 매각률은 4.1%p, 매각가율은 5.8%p 하락했다.

전국 평균(매각률 23%, 매각가율 63.5%)과 비교해도 제주지역 수치는 크게 낮다.

부동산 업계는 경매 급증의 배경으로 장기간 누적된 이자 부담과 현금흐름 악화를 꼽는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변동금리 대출을 안은 개인과 사업자들의 상환 부담이 한계에 이르렀고, 소비 위축으로 임대 수익마저 흔들리며 연체가 경매로 전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매 물량 가운데 토지가 3364건으로 가장 많고, 오피스텔·근린시설 등 업무용 부동산이 1124건에 달한다.

개발 기대와 투자 수요에 기대던 자산부터 먼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낙찰이 부진한 이유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조차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데다, 가격 추가 하락에 대한 관망 심리가 매수 결정을 늦추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용도별 격차는 시장의 성격 변화를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지난해 제주지법 경매 물량의 용도별 현황을 보면 △아파트 172건(249억2800만 원) △단독주택 및 다가구주택 545건(700억6907만 원) △연립주택 및 다세대 732건(541억8862만 원) △토지 3364건(3796억 4780만 원) △자동차 및 중기 283건(31억 5147만 원) △오피스텔 및 근린시설 1124건(944억 9360만 원) △기타 2018건(3987억 2374만 원)이었다.

이중 아파트의 경우 매각률 44.8%, 매각가율 81.3%로 비교적 선방했다. 반면 오피스텔·근린생활시설 매각률은 18.3%, 토지는 14.7%에 그쳤다.

아파트 등 실수요가 있는 부동산만 최소한의 방어력을 유지하고, 수익형·투자형 자산은 외면받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사업장과 개인 물량이 계속 경매로 나오고 있다"며 "실수요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대출 규제와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관망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