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다운 AI 대전환, '산학연관 생태계 구축'에서 출발해야"

[인터뷰] 박태웅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공공AX분과장
"인공지능·디지털 전환은 이중과제…거버넌스도 고쳐야"

박태웅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공공AX분과장이 26일 오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뉴스1 제주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1.26/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박태웅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공공AX분과장이 꼽은 지역 주도형 AI 대전환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산학연관 생태계 구축'이었다.

박 분과장은 '제5회 영리더스포럼, 제주' 기조강연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주최 기관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진행된 뉴스1 제주본부와의 인터뷰에서 제주도가 AI를 활용해 제주 바이오 헬스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데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텅 빈 땅에 뭔가를 들이붓는 식의 '개발'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산학연관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매끄럽게 돌아가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지역 주도형 AI 대전환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고, 제대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 마주한 AI 전환은 대한민국의 AI 시대를 선도하는 중대한 기회"라면서 "AI 전환과 디지털 전환이 이중과제임을 인지하면서 '업의 본질'을 고민하는 일, 그리고 거버넌스(Governance·의사결정체계)를 AI 시대에 맞게 고치는 일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 분과장은 인티즌 대표, 나모인터랙티브 부사장, 안철수연구소 경영지원실장, 엠파스 부사장, KTH(KT알파의 전신) 부사장 등을 지낸 AI·IT 분야 전문가다. 2021년에는 IT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현재는 녹서포럼 의장과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도 함께 맡고 있다.

다음은 박 분과장과의 일문일답.

- 새 정부의 AI 정책 기조, 특히 향후 새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구체적인 AI 전환 정책이 궁금하다.

▶'AI 네이티브(Native) 정부'가 정부의 목표다.

크게 세 가지 방향을 바라본다. 첫 번째는 AI로 세계에서 가장 편리하고 선제적인 대국민 서비스를 하는 것, 두 번째는 AI로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것, 마지막 세 번째는 가장 큰 단일 경제주체인 정부가 현명한 구매자가 돼 혁신의 마중물이 되는 것이다.

이 방향으로 가다 보면 결국 'AI 기본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것이 AI로 함께 잘살아 보자는 '포용적 AI'다.

정부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개최지를 맡으면서, 또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가하면서 이미 이 가치를 밝혔다. (2028년) G20 의장국도 맡게 됐는데, AI 분야에 있어 상당한 외교적 이니셔티브(Initiative·구상)까지 쥐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산업적인 측면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데이션 모델, 특히 '피지컬(Physical) AI'를 키우자는 구상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AI에 필요한 데이터와 공장, 엔지니어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춘 보기 드문 국가다. 'AI 기본사회'를 글로벌하게 만들어 보자는 것 역시 정부의 지향점이다.

- 현재 제주도는 AI를 활용해 제주 바이오 헬스 산업을 특화해 육성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어떻게 추진돼야 한다고 보나.

▶제대로 추진하려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산학연관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매끄럽게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이 바로 그 생태계다. 관련 연구들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이 적극 지원하고, 그런 환경이 좋아서 기업들이 스스로 찾아오고, 그렇게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까지 생기는. 그런 방향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눈 떠 보니 선진국'이 된 곳이다. 그래서 자기 몸집에 걸맞은 인식을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보통 텅 빈 땅에 뭔가를 들이부어 만드는 걸 '개발'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선진국이 되면 더 이상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생태계를 간과하기 때문이다.

'제주 특화'라는 말에 주목하고 싶다. '제주다움이란 뭘까', '제주에 사는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제주의 생태계와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를 전제로 추진 방향을 고민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 AI 데이터 센터 등 인프라 측면에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요즘 'AI 산업의 병목은 GPU가 아니라 에너지'라는 말이 나온다. GPU를 확보한다고 해도 전력이 모자라 데이터 센터가 못 버틴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재생에너지가 남아도는 제주는 데이터 센터를 유치하기에 꽤 유리한 곳이다. 우리나라는 전력이 아니라 전력망이 모자란데, 제주에서 스마트 그리드를 실천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잘 되면 수출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데이터 센터만 짓는다면 '저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산학연이 데이터 센터를 안고 계속 협력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특정 분야 해외 연구자들에게 폭넓게 문호를 열고 최고의 정주 여건을 제공하는 것도 꽤 재미난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잘 된다면 제주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손꼽히는 연구 거점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본다.

박태웅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공공AX분과장이 26일 오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뉴스1 제주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1.26/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 개발 측면에서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 거점 공공기관인 JDC의 경우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뭔가 근사한 제목의 프로젝트에 반드시 토목을 끼워서 맥락 없이 마구 만드는 건 전형적인 후발 추격국식 발상이다. 그게 옛날에는 맞았다.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는 매우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저는 JDC가 산학연관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나누는 협업의 연쇄고리에서 빠질 수 없는 촉매제가 돼야 한다고 본다. 토목건설 중심의 개발자에서 주민에게는 참여와 소통의 기회를, 행정에는 최고의 실행력을, 기업에는 편안한 협업 기회를 제공하는 '생태계 부스터'로 전환하는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

- 현재 JDC는 ADX(인공지능·디지털 전환) 추진 전담팀을 꾸리고 'AI 생태계 확산 기본 구상' 등을 수립 중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나.

▶'업(業)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중요한 업무 흐름이 전부 소프트웨어화 돼 있나', '데이터들이 표준화되고 통합·연계될 수 있나', '데이터들이 제대로 쓰이고 있나' 이 질문들에 모두 '예'라고 답할 수 있어야 비로소 업무에 AI를 제대로 쓸 수 있어서다. JDC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기관은 AX와 DX는 이중과제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거버넌스도 고쳐야 한다. 현재 300억 원 이상이 드는 정부 사업의 경우 첫발을 떼기까지 절차상 최소 3년 6개월이 걸린다. AI 업계에서 한 달은 1년인데, 지금의 거버넌스는 3년 6개월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점치라고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거버넌스는 AI 시대와 공존할 수 없다.

뭘 고쳐야 할지 알고 있는가, 그래서 어떻게 고칠 것인가. 이런 고민이 지금 굉장히 중요하다.

- 마지막으로 제주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금 마주한 AI 전환은 대한민국의 AI 시대를 선도하는 중대한 기회다. 이 중요한 길을 함께 완수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잊기 쉬운 본질에 집중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생태계 관점의 개발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하는 곳, 산학연관이 최고의 시너지를 내면서 잘 돌아가는 곳, 사람을 위한 AI의 모범 사례를 만드는 곳. 그런 제주가 되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