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서 '2.3억 잃고 4억 빚' 환전상 강도살인 중국인 무기징역

피고인 우발적 범행 주장했지만 법원 강도살인 혐의 유죄 판단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의 한 카지노에서 거액을 탕진하고 수억원의 빚을 지자 환전을 빙자해 환전상을 살해하고 현금을 가져간 중국인 여성이 무기징역에 처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임재남 부장판사)는 18일 강도살인,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중국인 A 씨(30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월 24일 제주시의 한 특급호텔 객실에서 환전상 D 씨를 흉기로 12차례 찔러 살해하고 1억원 상당의 현금과 카지노 칩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 씨는 범행 당시 제주의 카지노에서 도박하다 2억3000만원의 손해를 보고 가족 등으로부터 4억원 가량의 빚을 진 데다, 여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 출국하지도 못하던 상태였다.

이에 A 씨는 채무 변제를 위해 D 씨를 살해해 현금을 갈취하기로 하고, 중국에 머물던 B·C 씨를 제주로 오게 했다.

그리고 A 씨는 범행 당일 오전 D 씨에게 '100만 위안을 지금 환전할 테니 급히 현금을 준비해달라'고 연락해 객실로 유인하고는 미리 준비한 흉기로 범행했다.

객실 밖에서 대기하던 공범들은 이후 A 씨가 현금과 카지노 칩을 담은 종이가방을 객실 문 앞에 두자 호텔 내 환전상을 통해 이를 환전해 자신들의 중국 내 계좌로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 씨는 서귀포시 소재 파출소를 찾아 '사람을 죽였다'고 자수했고, B·C 씨는 환전 제주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빠져나가려다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A 씨 측은 법정에서 D 씨에 대한 살인 혐의는 인정하면서 강도살인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피해자가 먼저 공격하자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고,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피해자의 금품을 빼앗은 것이기 때문에 강도살인이 아닌 살인과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강도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제판부는 "피해자를 살해한 경위나 방법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 먼저 공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도박으로 거액을 잃고, 수억원대의 빚을 진 상황이어서 (강도살인의) 충분한 동기도 있다"며 "범행을 준비했던 정황도 다수 확인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가장 존엄하고, 법과 제도가 수호해야 할 최고의 가치이다"며 "강도살인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고, 피해 회복을 불가능한 범죄이다. 형법은 강도살인의 경우 살인죄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 참회하도록 하는 것이 피고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A 씨와 함께 기소된 B·C 씨는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