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해경·경찰은 뭐했나?…'고무보트 밀입국' 처음일까
심야시간 브로커가 준비한 고무보트 타고 바다 건너
제주해안경비단 TOD도 무용지물…3명 도주 중
-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중국 장쑤성 난퉁시에서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까지의 거리는 약 460㎞. 시속 60㎞로 달려도 7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다.
지난 8일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녀탈의장 인근 해안에서 발견된 고무보트에는 90마력 선외기가 장착돼 있었다. 중국인 6명과 20리터(L) 이상의 기름통 여러개를 싣고 낼 수 있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중국인 6명은 고무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 제주에 도착했다. 지난 7일 오후쯤 중국에서 출발한 고무보트가 우리나라 해상에 들어올 때까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제주 해상과 해안의 경비 및 경계는 해군과 해경, 제주경찰청 소속 제주해안경비단에서 맡는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사건 당일 제주 해상에는 대형 경비함정 2척이 경비근무를 서고 있었다. 밀입국 고무보트의 경로 쪽인 제주도 서쪽 해상은 대형 경비함정 1척이, 나머지 1척은 제주도 남쪽 해상을 맡고 있었다. 북부·남부·동부 앞바다에는 중소형 함정들이 근무 중이었다.
통상적으로 해경 경비함정은 경비근무 중 레이더망 등을 이용한다. 그러나 경비함정 1척이 맡는 범위가 제주도 서쪽 해상만 보더라도 한중잠정조치수역까지 2만 8000㎢에 이른다. 야간시간대 위치추적장치도 없는 고무보트를 발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해경 측 설명이다.
제주해안경비단의 TOD(열영상감시장비)도 무용지물이었다. 지난 8일 아침 제주 해안가에서 주민에 의해 고무보트가 발견되기 전까지 TOD로 감지된 것은 없었다. TOD 3대가 인근 해안 경계를 담당하고 있지만 구멍이 뚫린 셈이다.
경찰과 해경에 의해 붙잡힌 밀입국자 2명은 과거 국내에서 불법체류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과 해경은 현재까지 밀입국자 3명과 조력자 중국인 여성 2명을 검거했다.
무사증 제도 등 정상적인 방법으론 입국이 막히자 브로커에게 수백만 원씩 건넨 후 고무보트에 몸을 실은 것이다.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피의자들은 넉넉한 양의 기름과 비상식량까지 챙기고 휴대전화를 끈 채 밀입국을 시도했다.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었던 셈이다. 과연 이번 '고무보트 밀입국'이 처음 있는 일이었을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한편 해경은 도주 중인 밀입국 피의자 3명을 신속히 검거하기 위해 중국해경국과 협력하고 수사 인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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