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많던 최고의 과학쌤' 제주 사망 교사 향한 50통의 이별 편지
"때론 친구, 어긋날 땐 부모님 같던 선생님" 떠올려
"억울함 풀어달라…교육청은 교권 지켜달라" 호소도
-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수업에 활기를 불어넣던 선생님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수업하는 걸 사랑하셨던 선생님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옳은 길로 갈 수 있도록 꾸짖어 주셨던 분제가 어디서 방황했는지를 기억해 주신 몇 안 되는 어른
'웃음이 많던 최고의 과학 선생님'에게 보내는 제자들의 마지막 이별 편지 50통이 26일 제주교사노조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됐다.
편지 한 통 한 통이 지속적인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 20여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던 학교에서 생을 마감한 A 교사를 향한 추모사다.
학생들은 공통으로 A 씨를 학교 구성원 모두가 인정할 만큼 수업에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선생님으로 기억했다.
이 모 군은 "수업 시간 45분 동안 한 번도 자리에 앉지 않으시고, 한 번도 쉬지 않으신 채로 수업을 이어나가셨다"며 "이해를 못 하는 학생들에게 화 한 번 내지 않고, 학생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조 모 군은 "내용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집에서 식용유를 가져와 간단한 실험까지 보여주는 열정적인 선생님이었다"며 "식용유를 집에서 가져오다 아내한테 맞을 뻔했다며 웃으시기도 했다"고 적었다.
특유의 열정적인 수업과 진심이 통했는지 다른 과목을 포기하더라도 과학 시험만 준비하는 학생이 있었을 정도라고 한다.
짓궂은 장난도 웃으면서 받아주는 친구 같은 선생님이다가도 학생들이 엇나갈 때면 부모님처럼 따끔하게 길을 잡아주는 참된 스승이라는 회고도 줄을 이었다.
김 모 군은 "선생님 덕분에 그 시절을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다"며 "그 시절의 제가 무엇을 꿈꾸고, 어디서 방황했는지를 기억해 주신 몇 안 되는 어른이었다"고 했다.
학생들은 '잘못된 것이 있으면 잘못됐다고 명확히 말해주고,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끄신 분', '학생의 신분에 어긋나는 행동을 보이는 학생에게 진심을 다하신 분'이라고 기억했다.
중학생의 눈에도 A 씨 특유의 성실함은 눈에 띄었을 정도다. 현 모 군은 "학생회 일이 많을 때 주말에 학교에서 회의할 때가 있었는데 언제나 교무실에는 선생님이 계셨다"며 "언제든지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며 선생님들 간에도 매우 리더십 있던 분"이라고 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들려온 은사의 부고 소식에 10대의 어린 학생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조 모 군은 "학교에서 부고 소식을 들었을 때 울음을 못 참고 앉아있는데 같은 중학교를 나온 친구들도 울음을 참으면서 나왔다"며 "시험 끝나고 선생님께 가서 자랑하고 싶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것도 못 하게 됐습니다. 제발 선생님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수천 명의 제자들이 참된 스승을 잃었다'며 제주교육청과 교육 당국을 향해 철저한 조사와 교권 강화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촉구도 있었다.
현 모 군은 "교권의 무너짐으로 한 사람의 삶이 망가지는 것을, 누군가의 아버지가 사라지는 것을, 참된 스승을 잃게 됨을 느꼈다"며 "교육청은 교권을 지켜달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권을 강화해달라"고 부탁했다.
앞선 지난 22일 제주 모 중학교 창고에서 40대 교사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A 씨는 학생 가족의 지속적인 민원을 받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교무실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학생 가족과 갈등으로 힘들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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