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7말8초 제주도민은 '집콕'…관광객 쏟아져 항공권 '조기매진'
6일간 김포행 탑승률 100% 육박…대기예약 접수도 어려워
"집콕 당했다" 도민도 발동동…"국내선 항공노선 확대해야"
-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5일 오후 2시 제주국제공항 3층 국내선 출발장.
항공사 카운터 곳곳에는 일찌감치 '대기접수 마감', '대기 마감', '스탠바이 클로즈드(Stand-by Closed)'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김포국제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이 이날 오전 조기 매진된 데 이어 항공사들이 일찌감치 대기 예약까지 모두 마감했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의 사전안내로 현장에서 긴 대기줄이 생기며 혼잡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항공사 카운터 앞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항공권 구하기에 나선 이들로 북적였다.
현장에서 만난 최모씨(53·여)는 "오전 10시쯤 공항에 와서 '대기 3번'을 받았는데 아직까지 표를 못 구했다. 두 시간 정도 더 기다려 보고 안 되면 내일자 항공기를 타고 돌아갈 생각"이라며 "월요일이라서 취소표라도 좀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완전히 오산이었다"고 말했다.
김모씨(36)는 "제 처지도 마찬가지"라고 거들었다. 그는 "주말에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휴대전화로 확인할 때 마다 항공권이 보이지 않아 급하게 대기예약이라도 걸려고 공항에 왔다"면서 "그런데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급하게 연차를 하루 더 내고 내일 돌아가려고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제주~김포 항공권 조기 매진 상황은 벌써 6일째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제주에서 김포로 가는 대한항공(계열사 포함) 항공기의 하루 탑승률이 100%에 육박하는 99%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31일부터다.
보통 대한항공 보다 저비용 항공사들의 항공권이 먼저 동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엿새 전부터 모든 항공기 좌석이 다 팔린 셈이다.
사단법인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이른바 '7말8초(7월 말 8월 초)'로 불리는 휴가 극성수기를 맞아 제주에 몰렸던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제주를 빠져나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협회에 따르면 실제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4% 많은 28만1900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으로 보면 전주(4만12명) 보다 17.4% 많은 4만6983명이 매일 제주를 찾은 것이다.
특히 지난달 31일에는 제주국제공항 이용객 수가 9만3521명(국내 8만4592명·국제 8929명)으로 올해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이날은 올해 제주 관광객 수가 800만 명(804만5773명)을 돌파한 날이기도 했다.
가장 황당한 건 제주도민들이다.
현장에서 만난 제주도민 박모씨(60)는 "집안에 상이 나서 급하게 서울에 가야 하는데 공항에 왔더니 표가 없다고 해서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른다"며 "일단 대기예약 접수만 해 뒀는데 앞으로 몇 시간을 이렇게 멍하니 서 있어야 한다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제주도민 김모씨(33)도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난 주말에 갑자기 인천에 갈 일이 생겨 항공권을 검색했더니 아무 것도 뜨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집콕'을 당했다"면서 "섬에 사는 제주도민에게 항공기는 대중교통이나 다름 없는데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소상공인들과 관광업계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제주도민의 이동권 확보 차원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도 국내선 항공노선 확대는 제1의 선결 과제여서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소상공인연합회는 국회를 방문하고 있다. 이 단체는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면담에 이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국회를 향해 국내선 항공노선 확대를 공식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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