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7말8초 제주도민은 '집콕'…관광객 쏟아져 항공권 '조기매진'

6일간 김포행 탑승률 100% 육박…대기예약 접수도 어려워
"집콕 당했다" 도민도 발동동…"국내선 항공노선 확대해야"

5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3층 국내선 출발장의 한 항공사 카운터 앞에 김포행 항공권 대기예약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2024.8.5./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5일 오후 2시 제주국제공항 3층 국내선 출발장.

항공사 카운터 곳곳에는 일찌감치 '대기접수 마감', '대기 마감', '스탠바이 클로즈드(Stand-by Closed)'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김포국제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이 이날 오전 조기 매진된 데 이어 항공사들이 일찌감치 대기 예약까지 모두 마감했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의 사전안내로 현장에서 긴 대기줄이 생기며 혼잡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항공사 카운터 앞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항공권 구하기에 나선 이들로 북적였다.

현장에서 만난 최모씨(53·여)는 "오전 10시쯤 공항에 와서 '대기 3번'을 받았는데 아직까지 표를 못 구했다. 두 시간 정도 더 기다려 보고 안 되면 내일자 항공기를 타고 돌아갈 생각"이라며 "월요일이라서 취소표라도 좀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완전히 오산이었다"고 말했다.

김모씨(36)는 "제 처지도 마찬가지"라고 거들었다. 그는 "주말에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휴대전화로 확인할 때 마다 항공권이 보이지 않아 급하게 대기예약이라도 걸려고 공항에 왔다"면서 "그런데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급하게 연차를 하루 더 내고 내일 돌아가려고 한다"고 했다.

5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3층 국내선 출발장의 한 항공사 카운터 앞에 항공권 대기예약을 하려는 이들이 줄지어 서 있다.2024.8.5./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이 같은 제주~김포 항공권 조기 매진 상황은 벌써 6일째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제주에서 김포로 가는 대한항공(계열사 포함) 항공기의 하루 탑승률이 100%에 육박하는 99%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31일부터다.

보통 대한항공 보다 저비용 항공사들의 항공권이 먼저 동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엿새 전부터 모든 항공기 좌석이 다 팔린 셈이다.

사단법인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이른바 '7말8초(7월 말 8월 초)'로 불리는 휴가 극성수기를 맞아 제주에 몰렸던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제주를 빠져나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협회에 따르면 실제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4% 많은 28만1900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으로 보면 전주(4만12명) 보다 17.4% 많은 4만6983명이 매일 제주를 찾은 것이다.

특히 지난달 31일에는 제주국제공항 이용객 수가 9만3521명(국내 8만4592명·국제 8929명)으로 올해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이날은 올해 제주 관광객 수가 800만 명(804만5773명)을 돌파한 날이기도 했다.

5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3층 국내선 출발장의 한 항공사 카운터 앞에서 한 고객이 김포행 항공권 대기예약을 하고 있다.2024.8.5./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가장 황당한 건 제주도민들이다.

현장에서 만난 제주도민 박모씨(60)는 "집안에 상이 나서 급하게 서울에 가야 하는데 공항에 왔더니 표가 없다고 해서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른다"며 "일단 대기예약 접수만 해 뒀는데 앞으로 몇 시간을 이렇게 멍하니 서 있어야 한다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제주도민 김모씨(33)도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난 주말에 갑자기 인천에 갈 일이 생겨 항공권을 검색했더니 아무 것도 뜨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집콕'을 당했다"면서 "섬에 사는 제주도민에게 항공기는 대중교통이나 다름 없는데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소상공인들과 관광업계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제주도민의 이동권 확보 차원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도 국내선 항공노선 확대는 제1의 선결 과제여서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소상공인연합회는 국회를 방문하고 있다. 이 단체는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면담에 이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국회를 향해 국내선 항공노선 확대를 공식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