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쫓지 마" "시설 이동 강제 못 해"…인천공항 노숙인 문제 '골머리'

퇴거 조치·시설 입소 권유에도 노숙인 거부 시 방법 없어
"시설 이동 교통편·외부 식당·목욕탕 이용 티켓 제공 등 고려"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인천공항.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인천국제공항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노숙인 퇴거 조치가 논란이다. 인권단체는 무분별한 퇴거 조치에 앞서 거리 노숙인에 대한 보호와 지원책이 선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자체는 지원시설 입소를 권유해도 이를 거부하는 노숙인들이 적지 않아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10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올여름 폭염을 피해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 장기간 머무는 노숙인들이 늘어났다. 냉방시설이 가동되는 데다 화장실과 식수대 등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공항을 찾는 발길이 부쩍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인천공항공사가 노숙인들의 물품에 퇴거명령서를 부착하면서 인권단체가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 사안에 얽힌 기관은 크게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다. 시는 노숙인 복지정책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로 상담과 시설 입소, 자활·재활 등 지원을 맡고 있다. 공항공사는 여객터미널을 관리·운영하는 주체로서 공항 이용객의 불편을 줄이고 시설 내 질서와 안전을 유지해야 한다.

공항 이용객 불편 민원이 지속됨에 따라 공항공사는 터미널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노숙인을 상대로 이동을 권유하는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 공사는 범죄나 안전사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공항공사 측은 인천공항은 서울역이나 용산역 등 노숙인이 머무는 시설과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내·외국인이 오가는 대한민국의 대표 관문인 데다 출입국 절차가 이뤄지는 국가 중요시설이라는 점에서 일반 철도역이나 공원 등에 비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항공사는 기존과 유사한 수준의 계도 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 이용객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재와 같은 계도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도 노력 중이다. 다만, 노숙인들의 시설 입소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실제 이날 시 관계자가 인천공항에 나가 장기간 머무는 노숙인들에게 시설 입소나 다른 장소로의 이동을 권유했지만, 상당수가 공항에 계속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장기간 치료와 재활을 지원하는 재활시설 1곳과 근로 능력이 있는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 자활시설 1곳을 운영하고 있다. 비교적 단기간 치료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요양시설도 3곳 운영 중이다.

시 관계자는 "노숙인에게 상황에 맞는 시설을 안내하고 입소를 설득하고 있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지속해서 상담과 설득을 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앞서 노숙인 인권단체인 홈리스행동은 인천공항공사가 노숙인들의 물품에 퇴거명령서를 부착한 것을 두고 "퇴거보다 보호와 지원이 먼저"라며 반발했다.

단체는 특히 인천에 노숙인종합지원센터와 일시보호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거리 노숙인 지원체계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체는 12일 인천공항에서 퇴거 조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운영 중인 시설과 제도만으론 노숙인의 시설 입소를 강제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시설 확충과 노숙인 스스로가 지원체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승석 경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권이라는 것은 현실에서 서로 상충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며 "사회복지적 관점에서도 노숙인들이 공항에서 계속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노숙인 문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해결되는 분야가 아니다"며 "영종구와 시, 공항공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상담과 복지서비스, 시설 연계 등 여러 유인책을 결합한 계도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계도책을 꾸준히 찾아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일회성 시설 입소 권유보다는 언제든 시설로 이동할 수 있는 차를 대기시킨다는지, 공항 외부 식당이나 목욕탕 등 노숙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제공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