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주는 병원 없어 가족이 간청"…요양병원 '다리 절단 사건' 전말
89세 여성 환자, 마취 필요 없을 만큼 괴사 심각
병실서 가위로 처치…봉투 담는 CCTV 장면 확보
-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다."
인천 송도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발견된 사람 다리는 강력범죄 피해자의 신체가 아니었다. 대형병원에서도 더 이상 치료가 어렵다는 판단을 받은 89세 여성 환자의 괴사한 다리였다. 가족들은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아다닌 끝에 한 요양병원에 입원을 부탁했고, 입원 일주일 뒤 병실에서 절단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마취조차 필요하지 않을 만큼 괴사가 진행된 상태였기에 병원도 급히 메스를 든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19일 브리핑을 열고 인천 중구의 A요양병원 법인과 관리 책임자, 쓰레기를 배출한 청소 자원봉사자 등을 상대로 폐기물관리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요양병원에서 이뤄진 절단 행위가 의료법에 저촉되는지도 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전문가 자문을 받아 확인할 방침이다.
사람 다리로 추정되는 신체 일부가 발견된 것은 지난 10일 오후 2시 28분쯤이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남부권 광역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재활용품 선별 작업 중 왼쪽 다리 일부가 발견됐다. 경찰은 처음엔 시신 훼손이나 유기 등 강력범죄 가능성을 열어두고 64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렸다.
수사는 17일 요양병원 측 관계자가 경찰서를 찾아오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관련 보도를 본 병원 측이 "우리 병원에서 나온 다리가 잘못 분류돼 재활용품으로 배출된 거 같다"는 취지로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등을 통해 발견된 다리가 A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89세 여성 환자의 신체 일부인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이 설명한 전말은 이렇다. 해당 환자는 지난 1일 A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당시 이미 다리 괴사가 심각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환자가 고령으로 심장 기능이 약해지면서 다리 쪽으로 혈액과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괴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는 원래 대형병원에 입원해 있었지만, 더 이상 치료가 어렵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가족들이 퇴원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가족들은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고,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A요양병원에 입원을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헌 연수경찰서 형사과장은 "환자의 상태가 너무 심해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고, 가족들이 해당 병원에 간절히 요청해 병원 측에서 받아들여 줬다는 가족 진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절단은 입원 일주일 뒤인 지난 8일 병실에서 이뤄졌다. 병원 측은 경찰 조사에서 "환자의 다리 괴사가 상당히 심해 다량의 고름이 차 있었고, 신경 자체가 모두 손상돼 마취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 무릎 부위가 이미 분리된 상태였고, 다리 뒷부분을 가위로 절단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절단 당시에는 보호자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다만 의료기록이 남아 있는지, 병원 측의 절단 행위가 의료법상 적법했는지는 아직 확인이 끝나지 않았다. 경찰은 "요양병원에서 절단 수술을 해도 되는지는 경찰이 단정하기 어렵다"며 "전문가 자문을 거쳐 법률 위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수사 대상은 절단된 다리가 병원 밖으로 나가 재활용품 처리시설까지 흘러간 과정이다. 경찰은 병원 CCTV에서 청소 자원봉사자가 해당 다리를 옮겨 다른 봉투에 담아 나가는 장면을 확보했다.
해당 자원봉사자는 경찰에 "의료용 석고, 즉 깁스할 때 쓰는 석고인 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신체 일부가 의료폐기물로 적정하게 분류·처리되지 않고 일반 재활용품처럼 배출된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관리 책임자도 뒤늦게 CCTV를 확인한 뒤 경찰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병원 내부에서 "우리 병원에서 나간 다리가 잘못 분류된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제기됐고, 관리자가 CCTV를 돌려본 뒤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재활용센터에서 발견된 신체 일부가 강력범죄와 관련된 것인지에 대한 불안을 키웠다. 경찰도 처음에는 시체 훼손·유기 가능성은 물론, 피해자가 어린아이일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수사했다. 재활용품이 모이는 지점만 약 2500곳에 달해 경찰은 단기간에 CCTV 확보와 동선 추적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그러나 다리의 주인이 확인되면서 수사 방향은 바뀌었다. 경찰은 대규모 수사본부를 해체하고, 연수경찰서 형사과 강력팀 2개 팀으로 전담반을 꾸려 후속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남은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요양병원 병실에서 이뤄진 절단 행위가 의료법상 문제가 없는지다. 다른 하나는 절단된 신체 일부가 의료폐기물로 처리되지 않고 재활용품으로 배출된 과정에 책임이 있는지다.
경찰은 현재까지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를 중심으로 입건 전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사건은 단순한 엽기 해프닝이 아니었다. 대형병원도 더 이상 치료가 어렵다고 한 고령 환자, 받아주는 병원을 찾지 못한 가족, 병실에서 이뤄진 절단, 그리고 의료폐기물 관리 실패가 겹친 사건이었다.
경찰 수사는 이제 요양병원 현장에서 어디까지가 불가피한 의료행위였고, 어디서부터 관리 책임이 무너졌는지를 가리는 단계로 넘어갔다.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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