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쪽에 우글우글합니다"…계양산 뒤덮은 러브버그 유충, 올해도 기승
러브버그 한 쌍 300~500개 알…번데기 거쳐 6월 말 성충 우화
정상 부근은 방제 효과 뚜렷…나머지 구간 러브버그 유충 득실
- 유준상 기자
(인천=뉴스1) 유준상 기자 = "이쪽에 우글우글합니다."
해발 395m의 인천 계양산. 약 200m 지점에서 러브버그 유충 방제 작업에 나선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러브버그 한 쌍은 300~500개의 알을 낳는다. 양지바른 곳보다는 습하고 어두운 부엽토를 선호해 햇빛이 들지 않는 나무 밑이나 축축한 낙엽층을 들추면 수십, 수백마리의 유충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낸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이 낙엽들은 들추자, 무리 지어 꿈틀거리는 러브버그 유충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 연구관은 "지금은 유충이 가장 성장한 단계입니다"며 "번데기를 한번 거치면 곧 성충으로 우화합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계양산을 뒤덮었던 러브버그가 올해도 대량 발생할 조짐이다. 유충은 보통 5월 중순 번데기로 변하고, 6월 말부터 성충이 돼 나타난다.
다만 일부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됐다. 지난해 가장 많은 러브버그 개체가 발견됐던 정상 부근에서는 1시간 넘게 탐색했음에도 유충 한 마리만 발견됐다.
앞서 방제팀은 지난달 22일 정상 일대 약 900㎡ 규모 9개 지점에 바실러스균을 활용한 유충 방제제를 1차 살포했다. 러브버그는 고도가 높을수록 밀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김동건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 교수는 "약제 효과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확신을 갖고 말하려면 조금 더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며 "성충이 나오는 7월까지 종합해서 결과를 낼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발주한 러브버그 연구 과제를 수행 중인 김동건 교수 연구팀은 이날은 공동 연구와 2차 방제를 위해 계양산에 올랐다.
연구진은 2차 방제를 마친 뒤, 성충 우화 시점에 맞춰 정상 부근에 우화 트랩을 설치할 계획이다. 방제 지역과 미방제 지역의 우화율을 비교해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실내 실험에서는 방제제 도포 후 48시간 이내 유충 살충률이 9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이를 현장에서 검증하는 단계다.
성충 방제도 진행된다. 러브버그는 한 쌍만 잡아도 최대 500개 개체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6월 중순 이후에는 헬기를 활용한 고공 포집 작업도 진행될 예정이다.
유인 전략도 다양화됐다. 장미꽃 향기가 러브버그를 끌어들인다는 미국 사례를 바탕으로 지난해 실험에서 일정 효과를 확인했다. 올해는 유인 물질 종류를 2개 더 확대해 추가 실험을 이어간다.
러브버그 문제는 더 이상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몇 년 사이 인천 전역과 서울 25개 구 대부분에서 성충이 관찰됐고, 올해는 수도권 외 지역으로 확산할 조짐도 보인다.
김 교수는 "재작년까지는 삼육대 캠퍼스에서 한 마리도 못 봤는데 지난해부터 러브버그가 출몰하기 시작했다"며 "불암산 자락을 파보았더니 대량의 유충이 확인돼 8일 노원구에 1차 방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구별 조사를 통해 밀도가 높은 지역의 토양 특성과 경사도 등 환경 요인을 분석하고 서식지 적합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러브버그 개체수 증가에 제동을 걸 변수들도 거론된다. 변수는 '천적'이다.
토착종은 전체적인 먹이사슬 안에 들어가 있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대발생이 어렵지만, 외래종이 침입했을 경우 천적 생물이 먹이로 인식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초반엔 밀도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아직은 확실하게 러브버그만 선택적으로 포식하는 천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천적 생물이 먹이로 인식하는 순간 더 빠르게 개체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수는 '집단 붕괴' 가능성이다. 러브버그는 중국에서 국내로 유입됐을 때 100~200마리가 아닌 1~2마리가 이동 수단에 달라붙어 넘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즉, 매우 적은 개체수에서 교배가 계속되면 유전적인 다양성이 떨어지면서 어느 특정 환경에서 일시에 사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yoojoons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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