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숲 세우는 '보이지 않는 손'…GGM, 철근 가공 37년

[로컬 히든챔피언] 철근 유통부터 가공·선조립까지 원스톱
건설 경기 침체 속 "표준계약서 정착 등 제도 개선 필요"

편집자주 ...지방에는 서울보다 덜 알려졌지만 묵묵히 기술을 키우고 시장을 넓히며 산업 현장을 지탱해온 기업이 많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아도 일자리와 투자,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지역 경제의 체온을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뉴스1은 [로컬 히든챔피언] 코너를 통해 각 지역 산업 현장에서 경쟁력을 쌓아온 기업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달 24일 신주열 GGM 사장이 뉴스1과 만나 인터뷰 하고 있다. 2026.4.25/뉴스1

(인천=뉴스1) 박소영 유준상 기자 =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고층 아파트와 대형 물류센터, 데이터센터의 외관이지만 그 골조를 떠받치는 철근은 누군가의 손을 거쳐 현장에 맞는 형태로 다시 태어난다. 설계도면에 맞춰 철근을 자르고 휘고 묶어 공급하는 철근 가공업체들이 도시를 세우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리는 이유다.

GGM은 이 분야에서 30년 넘게 현장을 지켜온 기업이다. 1989년 금문철강으로 출발해 1992년 법인 전환을 거쳤고, 현재는 철근 유통과 가공, 선조립, 물류 기능을 아우르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신주열 GGM 사장은 지난달 24일 뉴스1과 만나 "철근 가공업은 아파트와 건축물의 뼈대를 만드는 산업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시를 세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본사는 서울 송파구에 있지만 생산 거점은 전국에 퍼져 있다. 인천과 충북 진천·음성, 경남 창녕 등 4개 지역에서 가공공장을 운영 중이며, 인천·부산·대구 등지에는 물류 거점도 갖췄다. 수도권과 영남권 주요 건설 현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신 사장은 "철근은 현장 도착 시간과 납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며 "운송비 부담이 있더라도 권역별 생산기지를 둬야 건설 현장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철근 가공업을 단순 유통업이 아닌 제조업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건설사가 발주한 철근을 현장 설계에 맞춰 절단하고 굽히는 밴딩 작업을 거쳐 다시 납품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아파트 구조가 다양해지고 설계가 복잡해지면서 작업 난도도 크게 높아졌다.

신 사장은 "10년 전 아파트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였지만 지금은 원형·곡선형·비정형 설계가 늘었다"며 "예전보다 가공 종류가 몇 배로 늘어 정밀성과 숙련도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GGM 인천공장.2026.4.24

하지만 업황은 녹록지 않다. 국내 철근 수요는 건설 경기 둔화와 주택 착공 감소 영향으로 최근 수년 새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한때 연간 1000만톤에 육박했던 내수 시장이 최근 600만톤대 중반까지 내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 감소는 철강 제조사뿐 아니라 유통·가공업체까지 연쇄 충격을 주고 있다.

신 사장은 "최근 3년 사이 시장 물량이 30% 가까이 줄었다"며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 제강사, 유통사, 가공업체 순으로 어려움이 내려오는데 현장에 가까운 업체일수록 충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철근 가공업계 특유의 구조적 어려움도 있다. 건설사와 제강사 사이에서 하도급 형태로 일을 수주하는 경우가 많아 가격 협상력이 낮다는 것이다. 원가 부담은 커졌지만 납품 단가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특히 인건비 부담이 크다. 철근 가공 단가 가운데 상당 부분이 현장 인력과 운송비 등 노동비용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물류비와 각종 소모품 가격까지 오르며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신 사장은 "최저임금과 물류비는 계속 오르는데 단가는 최저가 경쟁 구조에 묶여 있다"며 "현장에서는 일은 더 복잡해졌는데 제값을 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토로했다.

지난달 24일 신주열 GGM 사장이 뉴스1과 만나 인터뷰 하고 있다. 2026.4.25/뉴스1

현장 인력난도 심각하다. 철근 가공공장은 업무 강도가 높고 근무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내국인 채용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공장은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100%에 달한다. GGM 역시 지방 공장에 기숙사를 마련하고 숙식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 확보는 여전히 과제다.

신 사장은 "젊은 내국인 인력이 제조 현장으로 들어오지 않는 현실 속에서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숙련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는 생존 전략으로 자동화와 스마트 공정 전환을 꼽는다. 반복 작업 비중이 높은 만큼 설비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생산관리 시스템 도입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판단이다. 향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생산 효율화도 검토하고 있다.

신 사장은 "앞으로는 사람만으로 버티는 시대가 아니라 자동화와 스마트팩토리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전통 제조업도 기술 혁신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제도 개선도 요구한다. 철근 가공비 산정 기준을 현실화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표준계약서가 현장에 안착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공사 기간 중 인건비와 물가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신 사장은 "철근 가공업은 건설 현장의 마지막 공정을 책임지는 기반 산업"이라며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아파트 한 채, 공장 한 동이 올라가기까지 필요한 산업인 만큼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GGM이 위치한 인천 동구는 인천상공회의소와 민관 협의체의 적극적인 건의를 통해 '철강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됐다.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은 고용 상황이 본격 악화되기 전 정부 사업을 통해 고용유지, 직업능력개발, 생활안정자금 등을 선제 지원하는 제도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