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 못먹고 80시간 노동"…청년 사망 런던베이글뮤지엄은 '북적'(종합)
하루 250㎏ 중량물 취급, 사망 전날 15시간 근무
'힘들어 죽겠다', '밥 먹기 싫다' 얘기 자주 해
-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책임감 강한 아들이 왜 주검으로 돌아왔나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28일 유명 베이커리 프렌차이즈인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다 숨진 정효원 씨(26)의 어머니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오전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은 평소처럼 손님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직원 3명에게 '정 씨를 알고 있나', '보통 몇시간 정도 일을 하나'라고 물었지만, 대답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한 직원은 "본사에서 조사 중인 사안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정 씨는 키 180㎝, 몸무게 78㎏의 건장한 체격에 밝고 활달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입대로 휴학을 한 후 제대 후에는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용돈을 벌겠다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정 씨는 지난해 4월 런던베이글뮤지엄 수원점에 입사했고, 애초 거주지 인근 매장에서 근무했지만 회사 사정으로 근무지가 바뀌었다. 지난 7월 문을 연 인천점이 그의 마지막 근무지다.
정 씨는 사망 전 12주간은 1주 평균 60시간 21분을 일했다. 이도 장시간 노동에 해당하지만, 인천점이 개점할 당시인 사망 전 1주일간은 80시간12분에 달하는 노동시간에 시달렸다고 한다.
특히 하루에 200~500개가량 매장으로 도착하는 택배들을 정리하거나, 주방 선반 철거, 고객 대기줄에 사용할 차단봉 수십개 옮기기 등 육체노동이 이어졌다고 한다. 인천점 개점을 맡은 직원은 3명이었는데, 하루 평균 취급한 누적 중량은 250㎏ 이상이었던 것으로 추산됐다.
정 씨는 사망 전날에는 한끼도 먹지 못한 채 약 15시간 동안을 계속해 근무했다. 그는 평소에 '힘들어 죽겠다', '밥먹기 싫다' 등의 얘기를 가족과 여자친구에게 했다고 한다.
정 씨의 어머니는 "책임감이 무척 강한 아이라 아르바이트도 정말 열심히 했다"며 "아들이 사망하고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서 살펴보지 못했는데, 아들이 이같이 일에 시달렸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장례식장에서 런던베이글뮤지엄 측 관계자들이 호의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과로사를 얘기하니 태도가 바뀌었다"며 "거기 일하는 직원들이 다 내 아들 같이 어린 아이들인데, 제대로 원인규명을 해야 한다"고 울먹였다.
정 씨 유족이 선임한 법무법인 더보상의 김수현 공인노무사는 "회사 측에서 출퇴근 기록을 제공하지 않고 있어, 출퇴근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카카오톡 내용과 교통카드 이용 내역 등을 토대로 노동시간을 추산했다"며 "사망 1주일 동안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6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운영하는 외식기업 엘비엠 측은 "'주 80시간 근무'는 사실이 아니다"며 "고인의 사망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근태관리와 근로환경을 전면 재점검했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3.5시간이며, 유족에게 관련 자료를 모두 제공했다. 향후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 씨는 지난 7월 16일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런던베이글뮤지엄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경찰이 받은 부검 결과에는 사인으로 단정할 질병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 사건을 종결처리 했다.
imsoyou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