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총에 숨진 아들…2016년 오패산 경찰 피살 후 처음
일상 재료로 만든 원시총기…결과는 치명적
- 정진욱 기자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쇠파이프 등 일상 재료를 조립해 만든 사제 총기로 또다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16년 서울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경찰관이 총격에 숨진 이후 10년 만이다. 이번엔 아버지가 아들을 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살인과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한 A 씨(63)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A 씨는 20일 오후 9시 31분쯤 인천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33층 주택에서 자신의 생일날 아들인 B 씨(30대)에게 사제 총기를 발사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장에는 아들 부부와 손주, 지인까지 6명이 있었다. A 씨는 직접 만든 총으로 두 발을 쐈고, 아들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추적에 나섰다. A 씨는 자가용을 타고 도주했지만 약 3시간 만에 서울 서초구 노상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그의 자택을 수색해 시너, 타이머 등으로 구성된 사제 폭발물도 발견했다. 경찰특공대가 긴급히 출동해 폭발물을 제거했다.
A 씨가 사용한 총기는 쇠파이프 형태에 쇠구슬을 넣어 발사하는 방식이었다. 경찰은 A 씨가 총기를 어떻게 만들었고, 어떤 경로로 재료를 확보했는지 수사 중이다. A 씨는 아직 범행 동기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2016년 10월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에서 성범죄 전과자인 성모(45)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그는 지인을 둔기로 폭행하고 출동한 경찰관 김 모 경위에게 총을 발사해 숨지게 했다. 당시 성씨가 제작한 총기는 나무토막 주위에 철제 파이프를 두르고 테이프로 감은 형태로 파이프 뒤쪽에 불을 붙이면 쇠구슬이 격발되는 방식이다. 현장에선 16정의 사제 총기와 흉기 폭발물이 함께 발견됐다.
A 씨가 사용한 총기가 성 모씨가 만든 총기와 유사한 것인지는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두 사건 모두 고스트 건이나 3D 프린터 총이 아닌 일상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원시적 총기인 게 공통점이고,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현행법상 불법 총기를 제작하거나 소유, 판매할 경우 '총포·도검·화약류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3년이상 15년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는다.
우리나라는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 총기, 폭발물 등 불법 무기 제작 방법을 공유하는 콘텐츠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제목을 교묘하게 바꾸거나, 장난감·실험·창작물처럼 위장해 올리는 사례도 있어 삭제 전까지는 접근할 수 있다. 또 영어권 콘텐츠 중에는 모니터링이 미비해 남은 영상이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으로 인해 경찰이 사제 총기나 폭발물 제작을 차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재명 정부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상 치안을 어젠다로 삼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A 씨가 총기를 만든 경위와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onethi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