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약 총책' 박왕열…첫 재판서 '밀수 혐의' 부인

변호인 "마약 유통 혐의는 인정"

필리핀 마약 유통 총책으로 알려진 박왕열. 2026.3.27 ⓒ 뉴스1 오대일 기자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국내로 마약을 몰래 들여온 혐의를 받는 박왕열(47)이 첫 재판에서 밀수 혐의는 부인한 반면, 유통 혐의는 인정했다.

수원지법 형사13부(재판장 장석준)는 14일 박왕열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로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박왕열이 출석하면서 공판기일로 진행됐다.

진녹색 수의를 입고, 흰색 운동화를 신은 채 법정에 들어선 박왕열은 30분가량 진행된 공판에서 주변을 둘러보거나 피고인석 의자를 흔드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변호인은 "마약 매도와 관리 등에 대한 대부분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국내로 마약을 밀수했다'는 점은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밀수입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인 국내 마약 매도 및 은닉, 관리의 점은 (재판에서) 다투지 않는다"고 했다.

마약을 몰래 들여오지는 않았지만, 이미 국내에 유입된 마약을 팔거나 관리한 사실은 인정한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또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하므로 공판 절차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박왕열은 "(변호인과) 같은 입장이 맞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그렇다"고 짧게 입장을 전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한 피고인 측 의견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은 "증인으로 신청하려고 한 공범은 총 17명인데, 피고인이 일부 혐의는 인정하기 때문에 절반 정도로 줄여서 신청하겠다"고 했다.

2차 공판은 다음 달 9일 속개될 예정이다.

박왕열은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해 현지 교도소에 복역하면서도 국내에 다량의 마약을 유통한 혐의로 올해 3월 국내로 임시 인도된 뒤 두 달여 만에 구속 기소됐다.

그는 2020년 필리핀과 멕시코에서 4회에 걸쳐 필로폰 317g을 수입하고, 2024년 6월에는 '흰수염고래'로 불리는 자신의 조카 A 씨와 공모해 필리핀에서 필로폰 약 1482.7g을 수입한 혐의를 받는다.

박왕열은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필로폰 3079g을 밀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마약을 특정 장소에 숨겨두고, 구매자에게 좌표를 알려주는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판매하거나 서울과 부산, 대구 등지에 마약을 보관해 관리한 혐의도 있다.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는 여죄를 수사해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합수본은 박왕열에게 마약류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진 '상선' 최병민(51)도 강제 송환해 구속 수사 중이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