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가 반갑지 않아요"…중동 전쟁에 농민들 깊은 한숨

면세유·비닐·비료 '3중고'
농사 비용 50%이상 급등

중동 전쟁 장기화로 비료 원료 수급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무기질비료 사용을 줄이고, 가축분뇨 활용을 확대하는 등 농업 체질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3일 경기도의 한 유기질비료공장의 모습. 2026.4.3 ⓒ 뉴스1 김영운 기자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4일 경기 화성시의 한 농가. 때맞춰 내리는 촉촉한 봄비가 메마른 밭을 적시고 있었지만, 씨감자 파종을 준비하던 농민 윤 모 씨(65)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예년 같았으면 '단비'라며 반겼을 비 소식이지만, 중동 전쟁의 여파로 치솟은 농자재 가격과 품귀 현상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농사의 필수품인 비료다. 영농철임에도 농협 비료 창고 곳곳에는 빈자리가 허다하다. 특히 식물 성장에 핵심적인 질소를 공급하는 요소비료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귀해졌다. 중동 사태로 인해 세계 비료 교역량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 위기에 처하면서, 국제 요소 가격은 2월 말 톤당 480달러에서 최근 680달러로 40%나 폭등했다.

화성 지역의 한 비료 판매점 관계자는 "농가당 구매량을 제한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재고가 바닥난 상태"라며 "파손된 포대라도 사 가겠다는 농민들이 줄을 설 정도"라고 현장의 긴박함을 전했다.

석유화학 기반의 농자재 가격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잡초 제거와 수분 유지에 필수적인 멀칭 비닐은 1년 전보다 가격이 40% 가까이 올랐다. 비닐의 주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원재료 가격이 톤당 170만 원에서 190만 원으로 뛰었고, 앞으로 230만 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 씨는 "작년엔 리터당 1000원 선이던 면세유 가격이 벌써 1300원을 넘어섰다"며 "비닐, 부직포, 비료까지 안 오른 게 없으니 전체 농사 비용이 작년보다 50% 이상 더 들어갈 판"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농자재 사재기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마다 '사재기는 원자재 수급 불안을 심화시킨다'며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지만, 수확 시기까지 안정적으로 작물을 키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농민들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농업계 관계자는 "농자재는 하나가 오르면 도미노처럼 전체가 들썩이는 특성이 있다"며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농자재 가격 상승이 결국 소비자 물가 폭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sun07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