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구형되면 뭐해, 딸은 돌아오지 않는데"…틱토커 윤지아 유족의 절규
윤지아 씨 살해 50대 남성 A 씨, 20일 1심 선고
"A 씨 사과도 안 해…반성문 낼 때마다 화 치밀어"
- 배수아 기자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사형이 구형되고 처음에는 잠시 기뻤어요... 몇 분. 그런데 그게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요. 사형이 구형되면 뭐해. 우리 딸은 돌아오지 않잖아. 오히려 더 깊은 늪으로 가라앉더라고요."
지난 2월 27일 수원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송병훈) 204호 법정. 검찰은 이날 살인 및 사체 유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50대 남성 A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A 씨는 지난해 9월 11일 인천 영종도에서 20대 여성 틱토커 윤지아 씨를 살해한 후 시신을 전북 무주군의 한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딸을 죽인 범인의 얼굴을 법정에서 처음 본 지아 씨 가족은 A 씨의 재판이 열릴 때마다 지아 씨 영정사진을 가슴에 안고 방청석 첫 줄에 항상 앉는다.
지아 씨 어머니는 지아 씨를 그리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에게 지아 씨는 엄마가 흔들릴 때마다 엄마를 지지해 주던 든든한 딸이자, 너무 열심히 살아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는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염소탕집, 장어집, 지하상가 식당 일에 좌판대 꽃 파는 일까지 아르바이트도 닥치는 대로 하면서 '성공'을 위해 뼈를 갈아 넣는 딸이었다.
어머니는 지아 씨가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했다. 학창 시절 YG 연습생으로 데뷔조까지 갔다가 데뷔가 무산되자, '연기'를 하겠다던 지아 씨는 서울예대 연기과에 합격해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
틱토커가 된 것도 '배우'라는 꿈을 안고 '윤지아'라는 이름 세 글자를 알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틱톡 팔로워가 늘어나고 점차 유명해졌을 때, A 씨는 지아 씨에게 접근했다. 자신을 '사업가'라고 소개하며 매번 비싼 선물을 보냈고 이어 '동업'까지 제안했다. A 씨는 지아 씨에게 "틱톡 에이전트 사업도 하고 있다"면서 "내가 모든 걸 쏟아부어서 너를 더 유명하게 키워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지아 씨 아버지는 딸이 A 씨와 동업한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낯빛이 어두워졌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너무 고생하는 것 같다. 틱톡하는 게 힘들어 보이는데 동업도 그만하고 틱톡 이제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지아 씨는 "A 씨는 나한테 정말 고마운 사람"이라고 받아쳤다.
아버지는 "그게 바로 가스라이팅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는 "지아가 틱톡으로 돈을 벌면 다 자기 덕에 잘된 거라고 얘기하고. 본인만이 지아를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 지아를 세뇌시켰다"고 말했다.
A 씨의 역할은 이른바 틱톡 '모더'였다. 이는 모더레이터를 뜻하는 말로, 부적절한 댓글 관리와 시청자 관리, 채팅 속도 조절, 방송 흐름 등을 가이드 해주는 일이다.
지아 씨는 '새벽 방송'을 서울에서 많이 해야 해 서울에 집을 구해야겠다며 지난해 8월 초 집을 나갔다. 하지만 가족 품을 떠난 지 한 달 만에 참극이 일어났다.
지아 씨 아버지의 카카오톡에 저장된 지아 씨 이름은 '토끼'. 매일 지아 씨 방송을 보며 딸의 표정을 세심하게 살피고 딸에게 안부를 물었다. 아버지는 "지아 씨가 숨지기 전날 마지막 방송이 유독 힘이 없고 지쳐 보였다"고 했다. 그날 오후 딸에게 보낸 카톡에 지아 씨는 '엉'이라며 저녁께 답장을 했다. 하지만 이는 이미 지아 씨가 숨지고 난 후 A 씨가 지아 씨인 양 보낸 답장이었다.
항상 아침마다 라이브 방송을 하던 딸이 다음 날 아침 방송을 하지 않자 아버지는 이상한 느낌에 지아 씨가 사는 서울 오피스텔로 찾아갔다. 하지만 오피스텔에도 없고 연락도 안 됐다. 가족들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다음 날 지아 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A 씨는 사건 당일 틱톡 라이브 방송 후 지아 씨와 말다툼하던 중 차 안에서 지아 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아 씨가 숨지자 A 씨가 자신의 서울 집으로 가 트렁크를 끌고 나오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하지만 사후강직으로 시신이 트렁크에 들어가지 않자 A 씨는 살아있는 사람처럼 지아 씨를 조수석에 그대로 태운 채 반나절을 돌아다니며 전북 무주까지 갔다. 이어 무주의 한 야산에 시신을 유기하고 돌아가던 새벽, 차가 도랑에 빠지면서 인근을 순찰하던 경찰에 붙잡혔다.
지아 씨 아버지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죽을 수 있어요. 그 예쁜 애가…저는 우리 지아 그 나이 될 때까지 꿀밤 한 번 때린 적이 없는데 어떻게 맞아 죽어서 버려지냐고"라며 한스러워했다.
A 씨는 수사기관에 "다른 20대 틱토커 여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아 씨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 재판이 불리해질 것이란 생각에 지아 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지아 씨 가족은 A 씨에게 단 한마디의 사과를 받지 못했다. 지아 씨 아버지는 "A 씨의 반성문이 매일 올라올 때마다 화가 난다"고 했다.
지아 씨 어머니는 "지아가 눈 감은 날 밤에 비가 정말 많이 왔어요. 가을비가 그해 역대급으로 많이 쏟아진 날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지아 그 비 다 맞으면서 있었을 생각 하니까"라며 흐느꼈다.
아버지는 "우리 지아 이제 한창 더 잘 되고 그럴 타임이었는데… 다 커서 시집 보내는 것도 아까운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 씨에 대한 선고는 20일 오전 10시 수원지법 204호 법정에서 열린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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