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약통·아기침대에 은닉…마약 유통 수법 치밀해졌다
마약범죄 합동수사본부 출범 100일 브리핑 '천태만상'
우표 형태 마약 구치소 반입, 정부지원금 받아 대마 재배도
- 배수아 기자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마약범죄 합동수사본부 출범 100일 브리핑을 통해 밝혀진 마약 사범들의 밀수 수법과 유통 방식은 점점 다변화되고 치밀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전거 타이어 내부, 약통, 마카펜, 아기침대 등 은닉 장소도 다양했다. 심지어 정부 지원금까지 받아가며 전기료를 할인받아 마약 재배를 하기도 했다.
4일 마약합수본은 출범 100일 브리핑을 열고 "특이한 은닉 사례가 많고, 밀수 유통 범행이 지능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약합수본은 먼저 해외 유입을 차단하는데 추력해 베트남 밀수 조직 등 3개 조직을 적발했다. 최근 마약사범들은 동남아 국제공조 체계를 피해 유럽과 북미까지 밀수 범위를 넓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일당은 마카펜 심지를 빼낸 후 그 안에 케타민을 넣거나 필로폰과 구분이 잘 안가는 베이킹소다 제품으로 둔갑시켜 밀수했다. 자전거 타이어 내부, 화장품 용기나 분말커피 제품, 과자봉지 등 은닉한 물품도 다양했다. 아기용 침대 프레임 속에 숨기기도 했지만 관세청 등의 눈을 속이진 못했다.
정부 지원금으로 대마를 재배한 대담한 일당도 있었다. 중학교 동창 관계인 A 씨(36) 등 2명은 2024년 1월 정부의 스마트팜 창업 지원 사업으로 1인당 5억 원씩 총 10억 원을 1% 저리로 대출 받았다. 이후 강화군 부지를 매입해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농업을 하는 것처럼 꾸몄지만 비닐하우스 아래 지하벙커에는 대마가 재배되고 있었다. A 씨 등은 2025년 9월부터 2026년 2월까지 매달 100만 원씩 청년차업농 바우처를 받고, 정부지원 전기세 할인을 받으면서 대마 134주를 재배했다. 수확한 대마 2.8㎏이 보관 중이었고 수확한 대마 500∼600g가량은 야산에 은닉돼 유통됐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은 다크웹 위장거래를 잘하는 수사관을 피하진 못했다. 수사관이 이들과 신뢰관계를 잘 쌓아가면서 실제 마약류를 취급하는 정보를 확인하는 단계를 밟았고 기관별 교차 검증으로 인적사항을 특정해 법원의 영장을 받는 등 신속하고 체계적인 수사가 이뤄졌다.
A 씨 등은 빚을 지게 되자 다크웹 판매상에게 제안을 받아 이같은 범행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전날(3일) 구속됐다.
마약합수본은 수도권 내 3곳의 구치소까지 마약이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입건했다. 마약 밀수 범죄로 구속됐다가 출소한 재소자는 우편을 통해 구치소까지 LSD를 밀반입했다. LSD란 우표 형태의 얇은 종이로 제조돼 혀로 녹여 흡수하는 신종 마약이다. 필로폰과 달리 투약 흔적이 남지 않아 최근 국제우편을 통해 빠르게 유통되고 있는 추세다. 구치소 내 마약 유통에는 대학생 연합동아리 '깐부' 마약 사건의 주범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합수본은 범정부 역량을 총결집해 상·하향식 쌍방향의 강도 높은 수사로 밀수사범부터 국내 유통, 투약 사범까지 체계적으로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관세청과 국정원, 출입국사무소와 외국인정책본부, 해경, 금융정보분석원(FIU), 서울특별시, 경찰, 검찰 등 합동수사가 빛을 발했다.
지난해 11월 출범 후 지난 100일간 마약 합수본은 마약 밀수, 유통, 재배 사범 등 총 124명을 입건하고 그중 56명을 구속했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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