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한국 민주주의 더 강해질 것"…다보스서 미디어리더 브리핑

"윤 대통령 실정 2년 단축 계기…헌재서 尹 탄핵 인용 될 것"
대선출마 질문엔 "수레를 말 앞에 둘 순 없어" 정권교체 강조

21일 오후(현지시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스위스 다보스 콩그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리더 브리핑에 참석하고있다.

(경기=뉴스1) 최대호 기자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세계 미디어리더들에게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황과 경제 전망에 대해 브리핑했다. 김 지사는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한국 속담을 인용하면서 "이번 위기에서 벗어나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강해지고, 경제는 번영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2025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 참석 중인 김 지사는 21일(현지 시각) '미디어리더 브리핑'을 진행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의 대화' 세션으로, 주최 측인 세계경제포럼이 제안해 마련됐다.

세션에는 최근 한국 상황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반영하듯, 미국·영국·중국 ·UAE·말레이시아 등의 20명 가까운 방송사 신문사 통신사 편집장·특파원·외교전문기자 등이 참가를 신청했다.

세션을 진행한 이주옥 WEF(세계경제포럼) 아태사무국장은 "대한민국은 최근 몇 주 동안 계엄령 선포와 지도자들의 탄핵 등 중대한 정치적 도전에 직면해 왔다. 이번 브리핑은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황과 경제 전망에 대해 김동연 도지사와 허심탄회한 논의를 할 특별한 기회"라고 소개했다.

김 지사는 한국에 대한 '신뢰 회복'을 목표로, 한국 경제의 잠재력과 회복탄력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 인용 및 조기 대선 △경제전권대사 임명 △윤석열 정부와는 다른 새 정부의 ‘완전히 새로운 정책’ 등을 큰 틀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 지사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진통은 단지 성장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역경이 견고함을 만든다. 저는 한국인의 잠재력과 회복력을 확신한다. 역사 자체가 그 증거"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피플파워'도 부각했다. 김 지사는 "(비상계엄 저지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해) 매일 밤 응원봉으로 밤거리를 밝히던 평범한 사람들이 (탄핵 후에는) 매일 낮 일터에서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들과 함께 저는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며, 국가 경제를 회복하는 데 있어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 명운에 대해선 "앞선 두 건(노무현-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경우 각각 2개월, 3개월로 몇 달 걸리지 않았다. 헌법 위반의 전 과정이 생중계된 만큼, 분명히 그 증거를 바탕으로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저는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확정하면 한국은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되고, 곧 새 정부가 출범할 것"이라면서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몇 달 동안 리더십 공백과 관련된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그늘에도 한 줄기 빛이 있다"면서 "최소한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을 2년 이상 단축할 수 있다"며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향후 2년은 더욱 처참했을 것"이라는 역설적 해석도 내놨다.

김 지사의 발언이 끝난 후 10여 개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 중에는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역전당했는데 조기 대선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거나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와 같이 국내 정치상황에 관한 구체적 질문도 나왔다.

김 지사는 정당 지지율과 관련해선 "K-드라마 재밌지 않나? 한국 정치도 속도나 반전이 대단하다. K-정치드라마라 할 수 있다. 예측 가능하지 않고 변화무쌍하다. 일주일 뒤 지지율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모른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대선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며 "수레를 말 앞에 둘 순 없다"고 답했다. 지금 대선 출마 문제를 논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김 지사는 다만 "다음 대선에서는 반드시 정권교체 이뤄져야 한다. 민주당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불법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는 것은 안 된다. 어떤 기회가 주어지든, 나는 정권교체와 민주주의 회복, 경제 재건을 위해 가장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다보스포럼에서 한국이 미디어리더 브리핑을 한 것은 야당 소속 인사로는 처음이며, 도지사(광역시장)로서도 처음이다. 정부 여당 인사를 포함하면 2013년(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 특사 자격으로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이후 12년 만이다.

sun07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