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자동충전로봇 규제로 상용화 더뎌" CES 2년 연속 혁신상 이훈

[인터뷰]“충전 걱정 없는 전기차…불편 최소화 고민 성과”
“북미 시장 확장·일본 진출 계획…충전 풀 라인업 구축”

(성남=뉴스1) 김평석 기자 = ▲

에바(EVAR) 이훈 대표ⓒ News1 김평석 기자

#.주차를 마친 운전자가 기둥에 부착된 QR 코드를 스캔한 뒤 충전 커넥터와 케이블을 자동차에 꽂는다. ‘파키(Parky)’라고 이름 붙여진 고용량 충전배터리를 장착한 자율주행 전기충전 로봇이 QR코드 정보를 파악한 뒤 차량 앞으로 이동해 충전을 시작한다. 충전을 마치면 파키는 원래 위치로 돌아가 배터리를 재충전한다.

2018년 설립돼 5년 밖에 되지 않은 스타트업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에바(EVAR)가 개발한 파키는 세계 최대의 소비자 가전 및 기술 전시회 ‘CES 2023’에서 스마트시티, 로봇공학 분야에서 각각 혁신상을 수상했다.

또 에바는 차량탑재형 전기차 충전기 ‘VMC(Van Mounted Charger)로 ‘스마트시티’ 분야에서도 혁신상을 받아 2개 제품으로 3개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도 전기차 완속충전기 ‘Smart EV Charger’로 ‘스마트시티’와 ‘지속 가능성, 에코 디자인 & 스마트 에너지’ 2개 분야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단일제품이 2개 부문에서 동시에 CES 혁신상을 수상한 최초 사례였다. 에바는 2년 연속 CES 혁신상을 받은 아시아 최초 기업이기도 하다.

에바의 이런 혁신성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이훈 대표는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울인 고민의 결과”라고 단언했다.

에바는 이런 혁신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 완속충전기를 보급한 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 했다. 매출도 지난한 해 1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CES에서 혁신상을 휩쓴 에바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규제에 막혀 개발한 신제품을 상용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훈 대표를 만나 CES 혁신상 연속 수상이 갖는 의미, 그동안 겪었던 어려웠던 점,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자율주행 전기차 충전 로봇.(에 제공) ⓒ News1 김평석 기자

-CES에서 2년 연속 혁신상 5개를 휩쓴 것이 갖는 의미는.

▶충전 인프라 업계에서 2년 연속으로 혁신상을 받은 기업은 아시아에서 에바가 유일하다. 지난해에도 전기차 충전기부문에서 혁신상 2개를 동시에 수상했다. 세계 최초였다.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했다. 회사 모토가 ‘충전 걱정 없는 전기차 라이프‘다. 고객의 관점에서 솔루션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능과 시나리오를 발굴해 구현한 것이 대외적으로 인정받아 상을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2일 대통령실에서 가진 윤석열 대통령과 CES 혁신상 수상 기업들의 오찬 자리에서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이유는.

▶올해 혁신상을 받은 전기차 자동충전 자율주행로봇의 경우 아직은 규제 때문에 상용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증특례를 신청해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차장 내 자율주행 로봇 운영 관련 기준과 규정이 미비하고 전안법(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상 전기차 충전기로 인증을 받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혁신상을 받은 완속충전기에는 한정된 전력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전력부하 자동분산 기능(Dynamic Load Balancing)이 탑재돼 있다. 원천특허도 가지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산업부)가 혁신제품으로 인정하는 제도인 NEP(New Excellent Product)에는 탈락했다. 한국 입시에 떨어졌는데 미국 대학에 붙은 격이다.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생겼고 규제 관련 사항을 말씀드렸더니 그 자리에서 관련 부처에 애로사항을 파악해 적극 지원하라고 지시해 주셨다. 바로 다음날 담당 부처에서 연락이 왔다. 정부의 일하는 스피드에 놀랐고 막혔던 속이 뚫린 기분이었다.

-창업 후 가장 어려웠던 때는.

▶규제와 연관된 일화가 있다. 규제를 특구사업으로 풀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관련 부처에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자율주행 전기충전 로봇 심의 전날 태양광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관련 화재가 발생했다. 이동하는 ESS라고 설명하니 담당자가 놀라 논의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다. 세종시 정부종합청사를 출퇴근하듯 하며 담당자 앞에서 기다렸다. 3일 지나자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고 주무과장이 흔쾌히 검토하자고 하면서 특구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당시 과장의 결단이 없었으면 지금의 에바도 없었다. 감사하다.

-전기차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2030년이면 충전대란이 올 것이란 우려가 있다.

▶건물은 설계 당시 전력량이 고정돼 있다. 지금은 전력량에 여유가 있어 충전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를 기준으로 보면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주차면의 10%가 한계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2030년부터 대다수 건물에서 전력난 생길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지난해 CES 혁신상을 받은 전력부하 자동분산 기능(Dynamic Load Balancing)을 갖춘 완속 충전기다. 여러 대의 충전기가 가상의 멀티 탭처럼 전력 자원을 공유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방식으로 충전하면 주차면의 70%까지 충전 가능 스팟으로 만들 수 있다.

이훈 대표가 CES에서 수상한 혁신상 상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았다.ⓒ News1 김평석 기자

-전기차는 화재에 취약하다. 충전할 때도 예외는 아니다.

▶전기차의 화재발생 비율은 일반자동차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화재가 나면 진화가 어렵기 때문에 초동대처가 중요하다. 완속충전기 ‘Smart EV Charger’ 신제품에 화재감지기능을 탑재했다.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화재 발생 상황을 감지하면, 주변 충전기까지 충전을 즉시 중단하고 서버를 통해 관리사무소나 119에 자동으로 신고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충전기 뿐 아니라 주변에 있는 전기차의 화재까지 감지해 초동 대처를 도와준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향후 계획은.

▶북미 진출을 확대하고 일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캐나다 업체와 250만달러 규모의 차량 탑재형 이동식 충전기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초도 물량을 공급했다. 캐나다 협력업체와 함께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또 일본 시장도 공략하기로 했다. 일본 시장은 우리나라보다 5년 정도 뒤쳐졌다고 평가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15만대 설치를 목표로 올해 충전기 보조금 지원 예산을 200억엔(약 2000억원)으로 책정해 놓고 있어 시장의 확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추가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2021년 투자 유치로 제품 양산을 시작했고 지난해 1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달성했다. 신규 투자가 유치되면 설비 확충과 해외지사 설립, 연구개발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내구성을 보완한 100KW급 급속 충전기 출시를 앞두고 있어 완속충전기 Smart Charger, 급속충전기, 이동형 충전기, 자율주행 로봇 충전기 등 풀 라인업 구축을 할 수 있게 됐다. 올해에는 회사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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