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빼고 ‘운정신도시’로만 불러 달라”는 이유?

2기 신도시 중 관심 소홀에 명칭 혼용까지 ‘발끈’

파주 운정신도시와 운정호수공원 전경 /사진제공=파주시청 ⓒ News1

(파주=뉴스1) 박대준 기자 =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 주민들을 자극해 온 신도시 명칭 혼용 논란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불거져 나왔다.

회원수 9700여 명의 운정신도시 대표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인 ‘운정신도시연합회’(이하 운정연)는 지난 2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신도시 명칭을 ‘운정신도시’로 통일해 사용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운정연은 “판교와 동탄, 일산 등 타 신도시는 지자체명이 앞에 문구로 들어가지 않고도 신도시 명칭만으로 언론기사에 나오지만 운정신도시는 앞에 ‘파주’라는 지자체명이 들어가지 않으면 검색도 어렵고 외부인들이 알 수 없을 정도로 신도시가 홍보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는 국토부와 LH는 물론 파주시조차 운정신도시 대신 교하지구, 운정지구로 표기해 와 벌어진 사태”라며 “LH는 앞으로 운정신도시 단독 명칭으로 홍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같은 주민들의 신도시 명칭에 대한 예민한 반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택지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9년 주민들이 신도시 명칭을 ‘교하신도시’에서 ‘운정신도시’로 변경해 줄 것을 국토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교하신도시 명칭은 파주시가 2006년부터 일방적으로 정해 사용하고 있어 파주시에 교하신도시 명칭을 사용하지 말도록 수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답변했다.

당시 파주시는 입주가 본격화되지 않아 실체가 없는 운정지역 입주예정자보다 인근 교하지역의 원주민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신도시 명칭 결정을 원주민들의 요구대로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LH와 파주시가 운정신도시 관련 개발계획을 수립하며 내놓은 계획서와 언론기사에 ‘교하지구’나 ‘운정지구’로 표기될 때마다 신도시 주민들은 명칭 변경 폭탄민원과 언론사 항의전화를 쏟아붓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모 언론에서 기사에 ‘교하지구’로 표기했다가 100여 통의 항의 전화를 받아 곤욕을 치른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처럼 신도시 명칭에 예민한 이유는 부동산 가치에 대한 민감성과 함께 지자체의 관심부족, 주민 스스로의 자긍심 찾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운정신도시의 경우 2기 신도시 중 광역교통망 미비, 기반시설 부족 등으로 입주 후에도 한참동안 홀대를 받았다는 의식이 팽배해 왔다.

여기에 3개의 주민센터를 한 곳에 통합해 운영하는 등 인구 대비 예산편성을 소극적으로 운영, 경찰서와 소방서 등 주요 관공서조차 수년간 갖춰지 있지 않았던 점도 주민들을 자극했다.

운정신도시를 포함하는 파주갑 선거구의 모 정당 관계자는 “신도시 주민들은 파주시민이라는 의식보다 운정신도시 주민이라는 결속력이 더욱 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모습은 과거 인근 일산신도시에서도 보여진 바 있다.

2000년대 초반 일부 일산신도시 주민들은 ‘일산’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퇴색되는 것을 우려, 고양시에서 분리해 줄 것을 요구하는 운동까지 벌인 바 있다. 특히 이들은 각종 도로표지판에 ‘고양’ 대신 ‘일산’으로 변경해 달라는 청원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파주에서 10년 넘게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명진씨(가명)는 “일산의 경우처럼 단체장과 정치인들의 관심 속에 도시체계가 안정화되고 주변지역이 함께 개발되면 주민들의 불만도 줄어들 것”이라며 “신도시 주민들의 이기주의라고 보는 대신 ‘지역 정체성’과 ‘정주의식’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d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