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사장 부친 살해범 구속됐지만 동기는 '오리무중'

범인 주차시비 우발범행 주장…영장심사서는 살인혐의도 부인
경찰 "채무문제·게임 연관성 등 전방위 수사 심경변화 이끌터"

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의 장인 윤모씨(68)를 살해한 피의자 허 씨(41)가 29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허 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중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7.10.29/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양평=뉴스1) 최대호 이상휼 기자 = 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의 장인(윤모씨·68) 살해범 허모씨(41)가 구속됐지만 범행 동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허씨 차량에서 발견된 혈흔에서 윤씨의 DNA가 검출됨에 따라 범죄 혐의에 대한 명백한 증거는 나왔지만 허씨가 '왜'에 대한 진술을 회피하고 있어서다.

현재까지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만을 놓고 보면 강도목적 범행이 가장 유력한 '동기'로 꼽힌다. 하지만 여전히 허씨가 입을 닫고 있어 원한 또는 게임 연관성 등의 이유로 범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의 장인 윤모씨(68)가 피살된 경기 양평군 서종면 자택 주차장. ⓒ News1 최대호 기자

◇범행 전 계획 치밀…범행 후엔 허점투성이

허씨의 범행 전후 행적을 살펴보면 의문점이 많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허씨는 지난 25일 오후 8시를 전후해 경기 양평군 윤씨 자택 주차장에서 윤씨를 살해했다.

윤씨 집 주변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으나 살해범행이 이뤄진 장소는 CCTV 사각지대였다.

범행 당일 그는 서종면 윤씨 주택 부근을 세 차례나 찾았다. 오후 3시, 오후 4시, 오후 5시10분 현장으로 진입했다. 이후 오후 7시25분 윤씨가 자택으로 들어갔다.

사전 답사를 했고 그 자리에서 범행 대상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허씨는 범행 실행일 이전 자신의 휴대전화로 '수갑' '가스총' '핸드폰 위치추적' '고급빌라' 등을 검색했으며 범행 당일에는 아예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하지만 범행 이후 그는 서툰 모습을 보였다. 범행 전 치밀했던 행적과 비교하면 의구심이 제기될 만큼 허점이 많았다.

허씨는 범행 후 윤씨 시신을 주차장에 그대로 둔 채 그의 벤츠 차량을 몰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벤츠에 장책된 블랙박스를 제거하긴 했으나 경찰에 의해 발견되기 쉬운 도로변에 윤씨 차를 버렸다.

특히 범행 시 튄 혈흔이 묻은 자신의 옷과 신발을 그대로 착용한 채 자신의 차에 올랐다.

그리고 윤씨가 숨진 채 발견된 지 10시간 만에 전북 임실 72번 국도 상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허씨 차량에서 발견된 윤씨의 DNA는 허씨의 범죄 혐의를 확신할 단서가 됐다.

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의 장인 윤모씨(68)가 피살된 경기 양평군 서종면 자택 정원. ⓒ News1 최대호 기자

◇허씨 범행 동기·경위 '함구'…경찰, 금융·통신수사 착수

경찰에 붙잡힌 허씨는 윤씨를 살해한 혐의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동기와 경위에 대해서는 신빙성이 낮은 진술을 하거나 아예 답변을 회피했다.

처음에는 '주차 문제로 시비 붙어 순간적으로 욱해서 살해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고 사건 당일 자신의 행적에 대해서도 '기억이 잘 안 난다'며 회피했다.

그는 범행에 사용된 흉기와 관련해서도 일체 함구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면담조사까지 실시했으나 허씨에게서 유의미한 답변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29일에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시동이 걸린 윤씨의 벤츠를 훔쳤지만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주차 문제로 다투다가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취지의 애초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경찰은 허씨가 9월 이후 대부업체와 카드사 등으로부터 대출 독촉 문자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허씨도 경찰에서 "8000만원 상당 채무가 있고 매월 200만~300만원의 이자를 갚고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허씨의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제적 문제'에서 비롯된 범행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돈 문제로 고급빌라 등에 대한 강도를 계획했다가 윤씨라는 예상하지 못한 인물을 맞닥뜨려 저항을 받자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흉기를 휘둘렀다는 것이 유력한 가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윤씨가 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 장인인 점에서 허씨의 범행 동기에 '게임'이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경찰은 "리니지 관련은 발표 사항도 아니고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았다"며 게임 관련된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경찰은 허씨가 게임과 관련해 채무가 생겼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기 위해 통신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통신영장 발부 여부는 30일 늦은 오후 결정되며 경찰은 영장 발부와 관련 사항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채무문제인지 아니면 게임 관련에 따른 범행인지 그 동기를 밝히기 위한 전방위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수집한 자료 및 증거 등을 토대로 피의자의 심경변화를 이끌어 내 관련 진술을 받아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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