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쾅쾅 소리에 침대 흔들"…'지진 8차례' 해남 주민들 불안

"번개 소리인 줄…지진 안내 문자 받고 긴장"
해남군, 대규모 지진 상황 가정 합동 훈련 예정

25일 전남광주 해남군 산이면의 한 농약사에서 관계자가 연속된 지진 진동으로 인한 낙하 사고 및 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 유리병 농약 용기 등 진열대 물품을 바닥 상자로 옮기며 정리하고 있다. 2026.8.25 ⓒ 뉴스1 조수민 기자

(해남=뉴스1) 조수민 기자

"하늘에서 번개가 쿵 치거나 대형 트럭 여러 대가 집 앞을 쌩하고 지나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당께. 쾅쾅 하고 침대가 흔들릴 정도였어."

25일 오후 전남광주 해남군 산이면 상공리 한 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영희 씨(68)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같이 말했다.

지진 발원지와 가까운 해남군 산이면 상공리 일대는 연속적으로 이어진 미세 진동과 소음 탓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을 회관 앞에 모여 앉은 주민들은 집 밑에서 무언가 크게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창문이 '창창' 소리를 내며 떨렸던 순간을 전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을에서 농약사를 운영하는 60대 김 모 씨는 혹시 모를 추가 진동에 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김 씨는 "아직까지 피해는 없었지만 언제 지진이 또 올지 몰라 진열장에 있던 유리병이나 중량감 있는 농약 상자들을 바닥 쪽으로 내려놓거나 상자에 넣어 정리하고 있다"며 "낙하물로 인한 사고나 재산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지난주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중"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전선 점검원 역시 연신 기둥과 전선을 살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점검원 박 모 씨(52)는 "작업을 하다 보면 발끝으로 은근하게 흔들리는 진동이 느껴질 때가 있어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며 "피해는 없었지만 지진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전선 단선이나 안전사고 위험에 대비해 평소보다 점검 횟수를 늘리고 훨씬 집중해서 둘러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박민정 씨(71) 역시 "주말에 큰 차가 집을 긁고 지나가는 것처럼 '쿵' 하는 중저음 소리가 먼저 들리고 진동이 찾아왔다"며 "처음엔 번개 소리인 줄 알았는데 지진 문자를 받고 나니 불안해서 이웃들하고도 항상 지진 얘기를 한다"고 토로했다.

전선 점검원이 25일 전남광주 해남군 산이면 일대 도로변에서 잇따른 지진에 따른 단선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신주와 배전선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2026.8.25 ⓒ 뉴스1 조수민 기자

기상청 날씨누리에 따르면 해남 지역에서는 올해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8차례 발생했고, 미소지진까지 더하면 70여 차례나 진동이 이어졌다.

발생 지점은 해남군 서북서쪽 20~21㎞ 지역에 집중됐으며, 진원의 깊이도 지하 20~22㎞ 안팎으로 비슷했다.

기상청은 최근 해남에서 이어지는 지진을 해당 지역 지각에 가해지는 응력에 따른 단층운동으로 보고 있다.

지각은 판 운동 등의 영향으로 지속해서 응력을 받으며 암석이 이를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단층이 움직이거나 깨지면서 발생한다.

짧은 기간 특정 지역에서 소규모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해남에서는 2020년 4월 26일부터 5월 31일까지 한 달여 동안 75차례의 지진이 관측됐다.

지진이 반복되자 정부도 선제 대응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3일 오전 11시를 기해 지진 위기 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하고 비상 상황반을 가동했다.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관계기관 및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한 회의를 열어 해남군 지진의 특성과 대응책도 논의했다.

또한 해남군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한 관계기관 합동 도상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25일 전남광주 해남군 산이면사무소 앞 버스정류장에서 어르신들이 모여 앉아 있는 모습. ⓒ 뉴스1 조수민 기자

sum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