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번호표 뽑았는데 50명 대기"…아기울음 커진 전남광주
에코붐 세대 출산 연령·지자체 지원 확대…1년 새 1000명 늘어
분만 가능 의료기관은 10년 새 21곳→7곳…인프라는 뒷걸음
-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1. 8월 출산을 앞둔 신예지 씨(33)는 주마다 분만 산부인과 검진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예약 잡기가 어려워 현장 접수 후 진료까지 1시간 30분~2시간을 기다리는 게 일상이다. 지난 13일엔 오후 진료 재개 시간인 2시보다 이른 점심시간에 미리 번호표를 뽑았지만 신 씨 앞에는 이미 50여명의 산모가 기다리고 있었다.
#2. 이 모 씨(33·여)는 입덧과 두통으로 인해 수액을 맞기 위해 병원 진료가 시작하는 평일 오전 9시 산부인과를 찾았다. 이미 밀린 대기로 인해 2시간가량 기다려 진료를 봤지만 출산 대기 중인 산모들로 인해 병상이 없어 병원 측으로부터 오후에 다시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3. 오픈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분만 산부인과를 피해 산모들은 분만병원처럼 초음파 영상이 앱과 연동되는 곳을 찾는 등 이른바 '서브 산부인과'도 다니지만 이곳 역시 산모들로 붐빈다.
#4. 흐름에 민감한 유통업계는 임신·출산 관련 상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베이비 페어'를 마련하는 등 관련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전남광주에서 1년 새 1000명 가까이 출생아 수가 증가하는 등 아이 울음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산모들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분만 인프라는 줄어들면서 '출생아 반등'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출생아 수는 광주 3131명, 전남 42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광주는 438명(16.3%), 전남은 556명(15.3%) 늘어 총 994명이 증가했다.
출산율이 높은 시기에 속하는 연초인 지난 1월 광주의 출생아 수는 70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14명에 비해 14.6% 증가했고, 전남 역시 908명이 태어나 전년동월(847명) 대비 7% 늘었다.
가장 최근 집계된 5월에도 광주에선 565명이 태어나 지난해 같은 달(514명)보다 9.9% 늘었고, 전남 출생아 수는 810명으로 전년동월(695명) 대비 16.5%가 증가했다.
지난해 광주의 누적 출생아 수는 6507명, 전남은 8731명이었다. 올해는 5개월 만에 지난 한 해 출생아 수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 울음소리가 늘어나고 있는 배경으로는 '혼인율 상승'이 꼽힌다.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4901건까지 감소했던 광주 5개 자치구의 혼인 건수는 이듬해부터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해 5983건까지 늘었다. 3년 연속 증가세다.
전남도 코로나 시기 혼인 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3년 6157건까지 줄었지만 이후 반등해 2024년 7049건, 지난해 7307건까지 상승했다.
거리두기 등으로 미뤄졌던 혼인 수요가 늘었고 그 영향이 출생아 수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광주에서는 혼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예식장을 1년 반 전부터 예약해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해 있다.
이와 더불어 출산율 반등 주역으로 1990년대생이 꼽힌다. 이른바 '에코붐 세대'라 불리는 1991년~1996년생 여성이 주출산 연령에 진입하면서다. 이 시기에는 연간 평균 70만명이 태어나 앞뒤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인구 규모가 컸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이 본격적인 출산 연령에 접어들면서 출생아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신부터 출산·육아까지 이어지는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원정책도 출산·양육 부담을 낮추는 제도적 기반이 됐다.
임신을 확인하면 단태아 기준 100만원의 임신·출산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출산 후에는 첫만남이용권과 부모급여, 아동수당 등 각종 지원이 이어진다.
주거 안정에 기여한 신생아 특례대출제도도 출산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출산율 반등 현상을 분석한 연구 결과 맞벌이 가구의 결혼 페널티를 해소하기 위한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 완화가 주거 안정에 기여하면서 출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해당 제도는 주택 구입자금을 대출받을 경우 맞벌이 소득이 2억 원 이하일 경우 최대 4억 원까지 대출 금리를 연 1.8~4.5%까지 적용해 시중 주택담보대출 등에 비해 평균 금리가 낮다.
문제는 출생아 수가 늘어나는 것과 달리 분만 인프라는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 5개 자치구에서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대학병원 2곳과 분만 산부인과 5곳 등 총 7곳에 불과하다. 2014년 21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전남 역시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많아 광주로 원정출산을 오거나 여수·순천·광양권 산모들이 순천의 분만병원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신 씨는 "아이를 낳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면서도 "둘째도 생각 중이지만 정작 진료를 받을 곳이나 분만 병원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아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출산을 장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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