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광주일고 5·18묘지 합동 참배…시민들 "얘들아 고맙다"

"상처 입은 학생·시민께 사과"…"용기 있는 사과 감사"
김대중 전남광주교육감 11월 스포츠 교류 행사 제안

배재고 야구부 선수단과 교사, 학부모 80여명이 광주일고 학생들과 함께 6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역을 방문해 헌화 참배하고 있다. ⓒ 뉴스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연상시키는 조롱성 응원으로 물의를 빚은 배재고 야구부가 6일 광주를 찾아 공식 사과했다.

광주제일고 학생과 교직원들은 배재고 방문단과 함께 국립 5·18민주묘지에 참배하며 이들을 품고 용서했다.

배재고 야구부 선수단과 학부모·교직원들은 6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광주제일고 학생들과 함께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날 참배에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김대중 전남광주특별시교육감을 비롯해 양 교육청 관계자, 학생과 교사, 학부모, 5·18단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배재고 선수단은 오후 4시쯤 민주묘지에 있던 시민들과 마주했다.

시민들은 "명문 배재고 파이팅", "광주는 배재고를 용서했다", "얘들아 고맙다"를 외치며 환대했다. 일부 시민들이 "조용히 하라"고 맞받아치며 잠시 언쟁이 벌어졌지만 큰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양 교육감은 방명록에 오월 정신을 기리는 글을 남겼다.

정근식 교육감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이 우리 학생들과 학생 선수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아 건강하고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김대중 교육감은 '화해와 용서의 오월정신! 평화의 미래를 가르치겠습니다'라고 남겼다.

참배단은 추모탑 앞에서 헌화와 분향을 한 뒤 민주의문으로 이동해 화해와 용서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정근식 교육감은 "오늘 우리는 성찰과 배움으로 여는 화해의 길을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청룡기 대회에서 발생한 일로 상처를 입은 광주제일고 학생 선수들과 광주시민,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용기는 매우 중요한 인간적 가치"라며 "배재고 학생들이 광주제일고를 찾아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고, 이곳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것은 교육적으로도 매우 뜻깊은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부끄러움을 알고 잘못을 뉘우치는 것에서 진정한 성장과 배움이 시작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 선수와 지도자가 존중과 책임의 가치를 배우는 학생 스포츠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교육감도 "여러분은 배우는 학생들"이라며 "배재고 학생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광주제일고 학생들이 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과정이 너무나 아름답고 자랑스럽다. 용기있는 사과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제일고는 학생독립운동의 현장이자 5·18 당시 가장 큰 희생을 겪은 학교 중 하나"라며 "상처를 딛고 화해의 장을 마련한 것이야말로 5·18 정신을 되살린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교육감은 오는 20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올해 11월 3일 학생독립운동기념일에 맞춰 배재고와 광주제일고가 야구나 농구, 하키 등 스포츠 교류를 하는 화합의 장을 열었으면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광주제일고 총동창회는 오는 8일 오후 1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배재고 일부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경기 도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쳐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출전정지 6개월의 징계를 내렸으며, 학교도 관련 학생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