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이오경제 시대, 답은 섬과 연안에 있다

박진영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장

박진영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장

우리는 지금 새로운 자원 경쟁의 시대를 맞고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핵심 자원이 석유와 광물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생물자원이 미래산업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다양성 감소가 가속화하고, 생물유전자원에 대한 국가 간 권리와 이익 공유를 규정한 나고야의정서 체제가 정착되면서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제 생물자원은 단순히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원천이자 국가가 반드시 확보하고 지켜야 할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생물자원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산업은 의약품과 화장품, 기능성 식품, 친환경 소재, 에너지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세계 바이오산업 시장이 향후 10년 안에 70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인 바이오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천연물 기반 원료와 핵심 생물소재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생물자원의 발굴과 산업화, 원천기술 확보 분야에서는 주요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미래 바이오경제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산업적 가치로 연결할 수 있는 연구개발과 활용 기반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 해답은 우리 주변에 있다. 바로 섬과 연안이다. 대한민국은 3390개의 유·무인도를 보유한 해양국가다. 이들 섬과 광범위한 연안 생태계는 오랜 세월 독특한 환경 속에서 진화해 온 생물의 터전이다. 강한 자외선과 염분, 조수 간만의 차, 거센 바람 등 독특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곳의 생물은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과 고유한 생존 전략을 발달시켜 왔다.

이러한 특성은 신약 개발과 기능성 소재 연구, 환경기술 개발 등 미래 바이오산업을 이끌 핵심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섬·연안 생물자원의 가치를 발굴하고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방대한 야생생물 유전정보에서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연구가 있다. 항생제 내성균과 같은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생물소재 발굴에 인공지능은 연구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여 준다.

기후위기 대응에도 생물자원의 역할은 주목받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미세조류를 활용한 탄소저감 기술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생물자원은 보호해야 할 대상인 동시에 환경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생물자원의 산업화는 단기간에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유용 자원의 탐색부터 효능 검증, 대량 생산 기술 개발,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과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와 연구기관, 산업계가 긴밀하게 협력하는 국가 차원의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