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7·1004 나왔어요?" 민원 폭탄…공무원 '황금번호판' 장사했다

특정 번호대 배정되면 전국서 몰려…막무가내 악성 민원도
광주 서구 공무원들 접대받고 조작 적발…"제도 손질 필요"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오늘은 몇 번대 나갑니까?"

광주 한 자치구 자동차등록 담당 공무원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같은 전화를 받는다.

이른바 '황금 번호판' 정보를 얻기 위한 전화다.

광주 한 일선 자치구 공무원 A 씨는 18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터질 일이 터졌다고 생각한다. 황금번호판 악성 민원을 끊기 위해 법이든, 조례든 조속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성토했다.

그는 "매일 아침마다 자동차매매 상사나 딜러, 대행업체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오늘 몇번대가 나가냐'는 전화"라며 "구청이 당일 발급하는 번호대를 알려줄 때까지 전화 벨소리는 끊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7777'이나 '8888' 같은 번호를 주지 않는다면서 고성을 지르고, 사무실을 뒤집어엎은 적도 있다"면서 "경찰에 신고도 해봤으나 현행범 적발이 되지 않아 아무런 조치 없이 마무리됐다"고 하소연했다.

자동차등록번호판은 국토교통부가 각 자치구에 '발급 번호대'를 무작위로 배정한다. 이후 자치구가 들어온 신청대로 그 범위 안에서 랜덤 발급해주는 구조다.

대행업체들은 이 과정을 적극 활용한다. 차량번호 발급은 차량 소유자의 거주지와 상관 없이 전국 어느 구청에서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번 주 한 자치구가 3300번부터 3399번대를 배정받았다면, 전문업자들은 이 번호대를 받은 자치구를 알아내 '3333' 등 이른바 '황금번호판'을 노리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7777·8888 같은 동일 번호나 1004·9111과 같은 상징적 번호를 '골드번호'로 부르며 웃돈을 주고 거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A 씨는 "대행업체들은 단순히 서류 1부를 내지 않는다. 구청이 받아 남은 번호가 8880번대일 때 10장의 서류를 한꺼번에 제출하면 '8888' 같은 번호를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토교통부가 배정하는 번호를 공무원이 알려줄 의무는 없다. 하지만 '어디 구는 알려주는데 왜 너희들은 알려주지 않느냐'고 따져 물으면 마땅한 도리가 없다"며 "이게 불법은 아니지만 관습적인 폐단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특정 번호대를 배정받은 구청으로 전국 대행업체들이 모여드는 사례도 발생한다.

이렇게 황금 번호판 민원에 일선 공무원들이 압박을 견디는 사이 광주 서구에서는 대행업체로부터 접대를 받고 '7777'과 '1004' 등 이른바 '황금 번호판'을 등록해 준 구청 직원들이 감사에 무더기 적발됐다.

감사에 적발된 광주 서구 교통행정과 전·현직 직원 10명은 2023년부터 올해 2월 사이 아예 시스템을 임의 조작, 대행업체에 골드번호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골드번호 등록과 상관없는 일반 민원인의 차량에 골드번호를 임의로 등록한 뒤 직권으로 '취소'하거나 '경정 등록'해 시스템상 번호를 확보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후 확보한 골드번호를 '무작위 추출(10개) 후 선택' 원칙에 따르지 않고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특정 차량에 등록해 줬다.

확인된 이들의 위반 건수는 약 350건에 달했다. 골드번호를 받은 차 대부분은 고가 외제 차였다.

서구는 조사를 통해 이들이 등록 대행업체로부터 골드번호 확보 청탁을 수용했음을 확인했고, 일부 업무 담당자(공무직 포함 5명)의 경우 식사 접대를 받은 것을 파악했다.

서구는 이들을 징계 조치하고, 광주 서부경찰서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A 씨는 "골드번호를 둘러싼 민원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사람의 양심에만 맡기는 구조는 한계가 있다"며 "번호 배정과 공개 범위를 명확히 하고 시 조례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재=이수민, 이승현,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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