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의 섬, 세상의 별 ㉓]…동거차도(東巨次島)
양식 미역과 멸치잡이로 순환하는 '거친 바다'의 섬
망도의 '페페라이트'·북섬의 '곰바우' 최대 절경
- 조영석 기자
(진도=뉴스1) 조영석 기자 = 거차도(巨次島)의 지명은 '거쳐 간다'거나 '거칠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전해온다. 먼 외해에 덩그렇게 떨어진 섬으로 무역선이나 여객선이 정거장처럼 '거쳐' 가고, 파랑(波浪)은 밤낮없이 '거친' 탓이다. 높바람·하늬바람 불어대는 겨울철에는 열린 물길보다 닫힌 물길의 날이 더 많다.
진도항에서 23.7㎞ 떨어진 60리 바닷길이다. 본섬인 하조도로부터도 14㎞쯤 떨어져 있다. 2014년 4월 16일, 전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가 인근 섬인 병풍도에서 발생했다.
동거차도는 서거차도와 함께 상·하죽도(윗대섬·아랫대섬), 송도, 목섬, 북섬, 망도(망태섬) 등으로 이뤄진 거차군도의 중심 섬이다. 3.23㎢의 면적에 해안선 길이는 12㎞에 달한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조도지구에 속한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멸치 떼가 몰려오고, 멸치가 사라지면 차가운 바다가 미역을 키워내는 흐트러짐 없는 시간이 순환한다.
'거친 바다'이지만 주민들의 삶은 그 거친 바다로 인해 살만하다. 여름철에는 미역 양식, 가을철에는 멸치잡이로 분주하다. 바닷물이 차가운 3월부터 6월까지 미역을 채취하고, 6월이 지나면서 멸치잡이가 시작된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멸치 떼가 몰려오고, 멸치가 사라지면 차가운 바다가 미역을 키워내는 흐트러짐 없는 시간이 순환한다.
조도면에 소속된 대부분의 섬이 자연산 돌미역을 채취하고 있는 데 반해 동거차도는 대규모 양식 미역으로 유명하다. 피를 맑게 하고 자궁 수축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도 미역'은 산모들의 출산 전 필수품이기도 하다.
마을 이장 조옥순 씨(64)는 "'미역귀'까지 달린 동거차도의 미역은 두텁고 '거친 바다 청정해역'에서 나오기 때문에 자연산에 가깝다"고 말했다.
전남 담양이 고향으로 25년 전 신랑을 만나 동거차도 주민이 됐다는 조 씨는 "일손이 부족한 탓에 양식어가에서 미역을 채취해 오면 미역 선별 작업은 어촌계 회원인 마을 주민들의 몫이 된다"며 "요즘은 일당 10만 원의 고액 아르바이트다"고 웃었다.
낭장망으로 잡는 동거차도 멸치 역시 '거친 바다' 덕에 살이 튼실하고 기름져 최상품으로 친다. 현재 8가구가 낭장망 멸치잡이를 하고 있다. 총수입의 15%는 인원수와 상관없이 일꾼 몫이다. 일꾼이 많으면 일은 수월하겠지만 개별의 소득이 줄고, 일꾼이 적으면 일이 힘든 대신 각자의 소득이 늘어나는 함수관계는 나름 공평하다.
"즐겁게 놀고 있으니 내 걱정은 말고 너희나 잘 있거라"는 부모의 속 깊은 헤아림이 "어버이날만은 일하지 말고 우리 다 함께 놀자"는 정기휴일을 만들었다. 잔치는 마을 복지회관에서 열려 아비가 아비를, 어미가 어미를 위로하는 전통이 되어가고 있다.
섬에서 산다는 것은 도시의 삶과 달리 근로의 날과 휴식의 날이 따로 있을 수 없다. 하루하루가 근로의 날이자 휴식의 날이다. 하지만 5~6년 전부터 매년 5월8일, 어버이날만은 동거차도 주민들의 정기휴일이다.
도회에 나가 살고 있는 자녀들이 어버이날 안부를 물을 때 "미역 말리고, 멸치 다듬고 있다"라고 차마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즐겁게 놀고 있으니 내 걱정은 말고 너희나 잘 있거라"는 부모의 속 깊은 헤아림이 "어버이날만은 일하지 말고 우리 다 함께 놀자"는 정기휴일을 만들었다. 잔치는 마을 복지회관에서 열려 아비가 아비를, 어미가 어미를 위로하는 전통이 되어가고 있다.
동육·동막 2개 마을로 이뤄졌다. 해발 138m의 동두산(東豆山)을 경계로 북동쪽에 1구 마을인 동육리, 남서쪽에 2구 마을인 동막리가 자리하고 있다. 두 마을 모두 말 편자처럼 들어선 해안 만입부에 자리하고, 중심 마을인 동육리 앞 해안가에는 예닐곱 개의 막사가 길 따라 늘어섰다. 미역 선별과 멸치를 삶을 때 사용하는 창고 겸 막사로, 동거차도 소득 창출의 현장이다.
동막리 앞에 썰물 때면 걸어 다닐 수 있는 솔섬이 이국적 풍치를 자랑하고, 1km쯤 바다 건너편에 서거차도가 성큼 다가선다.
'1973년에 130가구 789명의 주민이 살았다'는 통계는 꿈만 같다. 조도면 거차 출장소 통계에 따르면 2026년 3월 1일 현재 동거차도에는 57세대 99명이 적(籍)을 두고 있다. 당시 153명의 재학생이 있었던 동거차국민학교는 서거차국민학교 동거차분교를 거쳐 2010년 10월 5일 문을 닫았다. 남겨진 교문 기둥에 '동거차국민학교'라고 쓰인 동판이 빛바랜 훈장처럼 붙어 있다.
폐교는 동거차도 주민들의 특산품 판매장이나 관광객들을 위한 펜션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진도군이 전남도교육청으로부터 매입, 오는 6월 문을 열 계획으로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학교 앞에 동거차도교회와 동육복지회관, 동거차 보건진료소가 있고, 진도경찰서 동거차 치안센터는 마을 초입에서 불침번을 자처한다.
'1973년에 130가구 789명의 주민이 살았다'는 통계는 꿈만 같다. 당시 153명의 재학생이 있었던 동거차국민학교는 분교를 거쳐 2010년 10월 5일 문을 닫았다. 교문 기둥에 ‘동거차국민학교’라고 쓰인 동판이 빛바랜 훈장처럼 붙어 있다.
물이 귀한 섬으로 겨울철에는 마을 이장이 우물가에 모인 부락민들에게 하루 한 통씩의 샘물을 배급했으나 이제는 상수원이 들어서 추억으로 넘어가고 있다.
동북쪽의 부속 바위섬인 망도(망태섬)는 천연기념물이다. 섬 전체가 화산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구상 페페라이트(silicic globular peperite)'로 이뤄져 2009년 10월 9일 천연기념물 505호로 지정됐다. 암초 전체가 페페라이트로 구성된 데다 야외에서 산출되는 희귀성으로 인해 학술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망도 옆의 또 다른 부속 섬인 북섬의 '곰바우'는 영락없이 불곰 한 마리가 입을 크게 벌린 채 벼랑을 기어오르는 듯한 모습으로, 보는 이의 입도 크게 벌어지게 한다. 이빨을 드러낸 채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릴 듯한 '곰바우'는 동거차도의 최대 절경으로 꼽힌다.
/여행 안내/
결항 잦아…출발전 운항여부·기항지 확인 필수
진도항과 목포항에서 차도선인 한림페리호와 섬사랑 10호·13호가 각각 하루 한차례 오간다. 진도항의 한림페리호는 오전 9시 50분 출항, 조도 창류항을 거쳐 관사·대마·관매도 등 여러 섬을 들린 뒤 동거차도와 종점인 서거차도로 간다.
섬사랑 10호·13호는 출항지와 종착지인 목포항과 맹골도에서 상호 교차 출항한다. 국가 보조항로로 이용객이 한 사람만 있어도 기항지가 된다. 목포항에서 동거차도 등 국내 최다 기항지(33개)를 거쳐 종착지인 맹골도까지 8시간 30분 이상 소요된다. 가는 길에 승·하선 승객 유무에 따라 섬을 건너뛰거나 경유하기 때문에 소요 시간은 일정치 않다. 출발 전 신분증 지참과 함께 시간표·운항 여부·기항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건너편 서거차도에 민박집과 슈퍼마켓이 있다.
kanjo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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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보배섬 진도'에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보배'가 많다. 수많은 유·무형문화재와 풍부한 물산은 말할 나위도 없고, 삼별초와 이순신 장군의 불꽃 같은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하지만 진도를 진도답게 하는 으뜸은 다른 데 있다. 푸른 바다에 별처럼 빛나는 수많은 섬 들이다. <뉴스1>이 진도군의 254개 섬 가운데 사람이 사는 45개의 유인도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대항해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