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도 아동학대"…'몰라서 하는 학대' 늘고 있다(종합)

"이 정도는 훈육" 인식 여전… 방임·정서학대 놓치는 현실
전문가들 "신고 중심 넘어 시민 대상 예방교육 확대해야"

17일 여수영락공원에 '해든이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다녀간 방문객이 헌화한 국화가 놓여있다. 2026.3.17 ⓒ 뉴스1 김성준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박지현 기자

현장 교육을 하다 보면 '이런 행동도 아동학대였냐'고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남의 한 아동보호기관 관계자 A 씨는 아동학대 예방 교육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반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학부모 대상 예방 교육은 매우 제한적인 반면, 과태료가 부과되는 신고의무자 교육에 정책이 집중돼 온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학대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이뤄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부부싸움 과정에 아이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거나 욕설하는 행동, 물건을 던지는 행위 등도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

예방접종을 제때 하지 않거나 의무교육 대상 아동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직접적인 폭행이 없더라도 정서적·의료적 방임 역시 명백한 학대다.

최근에는 온라인 공간을 통한 성학대도 늘고 있다. 게임이나 채팅에서 아동을 협박해 사진을 요구하거나 조건만남을 유도하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학대 유형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해든이 사건'은 이 같은 인식 부족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장기간 학대 끝에 생후 4개월 영아가 숨진 이 사건에서 피해 아동은 수십 차례 골절과 뇌출혈 등 심각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친모는 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친부는 방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이들은 학대의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다.

실제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은 교사, 어린이집 교사 등 신고의무자를 중심으로 의무화돼 운영되고 있다.

반면 일반 시민 대상 교육은 참여율 저조 등의 이유로 축소되거나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친모가 전남 여수 자택에서 해든이를 발로 학대하는 모습.(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본 캡처.)

광주 지역에서는 과거 일반 시민 대상 부모교육을 운영했지만 참여율 저조로 2022년 폐지됐다. 이후 교육은 신고의무자와 가해 부모 중심으로 재편됐다.

아동보호기관 관계자 B 씨는 "극단적인 사례는 흔하지 않지만 실제로 발생한다"며 "특히 가족 등 주변 보호자가 학대를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폭행은 처벌된다는 점은 알지만, 방임 역시 처벌 대상이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며 "이 같은 인식 부족이 학대를 방치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전남 지역 아동학대 입건 건수는 2023년 468건, 2024년 437건, 2025년 542건으로 최근 3년간 1400건을 넘겼다. 여전히 적지 않은 아동들이 학대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변화도 시작되고 있다. 전남의 한 기관은 올해 처음으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연 6회 도입했다. 기존 신고의무자 중심에서 벗어나 시민 전체의 인식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신고 중심이 아닌 현장 교육 중심 옮겨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B 씨는 "신고의무자 중심에서 일반 영역으로 인식을 확대해야 한다"며 "시민들의 감수성이 높아질수록 학대 피해 아동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