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발주처·광주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광주 도서관 '붕괴 한 달'

남편 잃은 70대 아내 "귀농 준비했는데" 눈시울

14일 광주 서구 화정동아이파크 추모공간에서 만난 광주대표도서관 붕괴사고 유족 70대 안 모 씨가 남편과 함께 키운 농작물을 보여주고 있다.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남편이 같이 늙어가자고 했어요. 농사지으며 조용히 살자고, 그 사람이 땅을 다 만들어 놨어요. 그런데 그렇게 떠나버릴 줄은…."

작업자 4명이 숨진 광주 대표도서관 붕괴 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난 14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추모공간.

이곳을 찾은 70대 유족 안 모 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남편이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편과 함께 광주 학동에 거주하던 안 씨는 최근 몇 년간 전남 창평에서 농사짓는 삶을 준비하고 있었다. 남편의 은퇴 후 귀농해 조용한 노후를 보낼 계획이었다.

안 씨는 "허리도 아프고 몸이 안 좋아서 저는 집에 있고 남편이 혼자 밭일에 김장까지 다 했다"며 말을 꺼냈다.

안 씨의 기억 속 남편은 직접 밭일로 수확한 농산물을 주변인들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이었다.

고된 삶 끝에 꿈꾸던 귀농 준비는 도서관 붕괴와 함께 무너졌다.

4명의 작업자가 매몰돼 사망한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붕괴 현장에서 16일 오후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5.12.16/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그는 "김장도 같이 담갔는데, 같이 먹자고 했던 김치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열지도 못하고 있다"는 말에서는 참담한 심정이 묻어났다.

안 씨를 더 가슴 아픈 게 하는 것은 남편의 마지막 출근을 지켜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는 "제가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마지막 모습은 보지 못했고 전화만 했다"고 울먹였다.

사고 이후 안 씨는 혼자 남겨진 집에서 반려견과 함께 지내고 있다. 식사를 거르기 일쑤고, 잠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이어졌다.

시공사와 발주처, 광주시의 대응은 무책임하다는 게 안 씨의 입장이다.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최근에는 현수막을 제작해 시청이나 사고 현장에 게시할 계획도 세웠다.

그는 "왜 무너졌는지 알고 싶다. 부실했을 무너졌을것 아닌가"라며 "그런데 발주자도, 시공사도, 시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심지어 사고 직후 일부 정치인과 공무원이 보였던 관심도 유족들이 지난 13일 유가족협의회가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에야 반응이 돌아왔다고 한다.

11일 오후 1시 58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상무지구)의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 중 붕괴 사고가 발생해 4명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현장 모습. (소방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12.11/뉴스1

그는 "장례 치르고 한 달 넘도록 연락이 없었다. 성명서 내고 나니까 그제야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당시 전달받은 지원 내용은 하루 1시간 가사도우미 지원, 50만 원 상당의 지원금, 주 3회 반찬 배달이 전부였다. 안 씨는 "그런 게 무슨 위로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곧 남편의 49재가 다가온다. 안 씨는 그때까지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기도하고 버티며 지내고 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남편이 덜 억울할 수 있게 그렇게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수사본부를 꾸린 광주경찰청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시공사 등 공사 관계자 등을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