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아파트 '승강기 공사'에 병원 못가면…거주 장애인 차별?
국가인권위 "장애인 차별 해당…관련 지침 부재"
"아파트·지자체·지역사회 함께 대응책 마련해야"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거동 불가 장애인이 승강기 교체 공사로 병원을 가지 못하게 됐다면 장애인 차별에 해당할까.
국가인권위원회는 아파트 승강기 교체 공사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결과적으로 장애인 등이 차별을 받을 수 있다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는 전남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노후 승강기와 관련된 공사 기간 중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이 이동에 불편을 겪는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와 연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내렸다고 5일 밝혔다.
해당 아파트 11층에 거주하는 70대 A 씨는 중증 지체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이용한다. 매우 짧은 거리만을 지팡이로 이동할 수 있다. 그는 물리치료를 위해 매주 5회 이상 병원에 방문해야 했다.
해당 아파트가 2주간의 승강기 교체 공사에 들어가자 A 씨는 '승강기 이용 대체 수단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아파트 측은 A 씨 요청을 거부했다.
A 씨 외출 시 경비원이 부축해 주는 것은 경비원의 담당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강요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였다.
해당 지자체도 아파트 측의 문의에 "관리주체 의무가 아니다. 2차 사고 발생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후 아파트 측은 A 씨가 3층 간격으로 쉬어갈 수 있는 의자를 비치했다.
국가인권위는 현장 조사를 통해 A 씨가 외출하기 위해서는 승강기 이용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승강기 시스템 교체로 인한 이용 제한은 모든 입주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조치로, 고령자나 장애인 등 보행이 어려운 입주자를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차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승강기 공사는 입주민들의 안전한 주거생활을 위한 것으로 필요성과 불가피성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승강기 이용이 제한되는 조건에서 계단을 이용할 수 있는 입주자와 그렇지 않은 입주자 간에는 이동 여부의 실질적 차이로 과도한 불이익이 발생해 장애인, 노약자 등 입주자에겐 사실상 차별적 결과가 발생한다"며 "승강기 전면 중단으로 장애인, 보행 불편 환자 등은 외부 출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일상 전반에 심각한 제약을 받게 된다"고 짚었다.
다만 인권위는 "아파트 측이 장애인, 노약자 등을 차별할 의도를 갖고 공사에 들어갔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해당 대책에 대한 규정이 없는 관련 법률·제도상 아파트 측에 책임이 전적으로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측은 장애인 등 보행에 불편함이 있는 입주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승강기 공사 일정을 사전 협의하고, 지자체 및 지역사회와 연계한 자원봉사자 그룹을 통해 식료품 전달, 수시적인 건강 상태 확인, 응급 상황 대응 등 실질적인 생활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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