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의 비명' 근로자 9천명→3천명 급감…'석화산업 장기 불황'

지역경제·일자리 등 지역사회 전반 직격탄
생산공장 줄줄이 폐쇄…정부 지원책 주목

편집자주 ...<뉴스1 광주전남취재본부>는 올 한 해 광주·전남에서 시·도민을 울고 웃게 한 주요 10대 뉴스를 선정해 5일에 걸쳐 나눠 싣는다.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여수시 제공)2024.10.23/뉴스1 ⓒ News1

(여수=뉴스1) 김성준 기자 = 글로벌 공급 과잉과 탄소중립, 물가 상승 등으로 석유화학산업의 유례없는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여수국가산업단지는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업종이 98%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산단이 멈추는 데 그치지 않고 여수시 재정과 지역 경제까지 여파가 이어져 지역사회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의 불황은 지난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석유화학제품의 최대 수입처였던 중국이 자체 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하면서 에틸렌을 자급하기 시작했다. 중동 석유기업들도 제품 생산을 결정하면서 여수산단 기업들의 매출이 떨어졌다.

국제경기마저 침체하면서 적자가 누적됐고 불황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때 96%를 웃돌던 공장가동률은 올해 1월 기준 77%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지난 4월 여수시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고 국비를 투입하는 등 대처에 나섰지만 산단의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하기엔 무리였다.

앞서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이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올해 8월 여천NCC는 에틸렌을 연간 47만톤 생산하는 3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단순히 생산량이나 매출 감소에 그치지 않았다. 공장 수리나 설비 등 연관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지역 내 일자리도 크게 줄었다.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9000명이던 노동자들이 지난 10월 3000명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 근무에 투입하면서 정규직 고용은 2022년보다 400여명밖엔 줄지 않았으나 신규 채용 시장은 얼어붙었다.

고용 여건이 지속해서 악화할 것을 우려해 정부는 8월 여수시를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까지 지정하고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생활안정자금 등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단편적인 재정 지원으론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정부는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구조개편을 지시했다.

지난 8월 20일 정부가 발표한 석유화학 구조개편 방안에는 △과잉설비 감축 및 고부가친환경 제품 전환 △재무건정성 확보 △지역 경제, 고용 영향 최소화 등이 포함됐다. 석유화학 10개 사는 정부의 발표에 발맞춰 27만~370만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각 사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감축 개편안 제출이 늦어지자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여수를 찾아 "사업재편계획서 제출을 연장할 계획은 없다"며 "시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고 향후 대내외 위기에도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 재편 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LG화학·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SK지오센트릭·에쓰오일 등 10개 석유화학 기업 최고경영자와 만나 구조조정 이행 방안과 정부 지원책 등을 논의했다. 2025.12.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지난 19일 여수·대산·울산 등 3개 석유화학단지 16개 기업이 모두 재편안을 제출했다. 이 중 여수산단에서는 LG화학이 GS 칼텍스와 협의해 제1공장(120만톤)을 폐쇄하는 방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천 NCC는 기존에 폐쇄한 제3공장(47만톤)에 이어 1공장(90만톤)이나 2공장(90만톤)을 추가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롯데케미칼과 추가 감축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는 지난 2일 '석유화학특별법'을 제정하고 추가 지원에 나섰지만 기업들이 지속해서 건의해 온 전기요금 감면과 천연가스 직수입에 대한 특례 등이 제외되자 '반쪽짜리 특별법'이라는 비난도 제기됐다.

당초 예상보다 에틸렌 감축량이 많아지자 지역사회 내 불안은 커지는 모양새다. 당장 공장 폐쇄에 따른 정비나 운송, 설비 유지보수 등 협력업체의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기존 인력 규모가 유지되긴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는 22일 여수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기업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각종 제정, 금융, 세제 지원을 검토한다고 했으나 고용안정에 대한 책임있는 대책은 공백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석화산업 구조개편안 내 고용안정 대책 의무 포함 △교용영향평가 의무화 △고용상황 상시 조사, 관리 체계 구축 △특별법에 고용유지 의무 반영 △하청 노동자 보호 대책 제도화 등을 요구했다.

whit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