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1년…"179명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답 듣지 못했다"

유가족 광주 전일빌딩서 기자회견…"아무것도 끝나지 않아"
대구지하철·이태원·삼풍 유가족 한자리에 "같은 시간 살아왔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사고 발생 1년을 앞둔 22일 전일빌딩245 '재난피해자 원탁회의'에서 다른 참사 피해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5.12.22/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사고는 끝났다고들 말하지만,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은 사고 발생 1년을 앞둔 22일 전일빌딩245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79명이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에 대한 답을 아직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시간만 흘렀을 뿐 진실은 오지 않았다"며 "평범한 귀갓길이 왜 죽음이 됐는지 1년이 지나도록 알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유가족은 무안공항과 국회, 정부 부처를 오가며 진실을 요구했지만 "단 하나의 분명한 결론도 손에 쥐지 못했다"며 사고 이후의 시간은 멈춰있다고 했다.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고, 살릴 수 있었던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며 △독립적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항공 안전을 포함한 국가 안전 시스템 전반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열린 '재난피해자 원탁회의'에는 대구지하철, 아리셀, 10·29 이태원, 세월호, 오송지하차도, 광주학동, 삼풍백화점 참사 유가족이 참여했다.

고재승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은 "전일빌딩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도 행정이 아닌 시민이 차렸다"며 "국가의 부재와 부인은 유가족에게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고가 발생한 시점과 장소는 달랐지만, 진상 규명이 지연되고 책임이 흐려졌다는 점에서는 "똑같은 시간을 살아왔다"고 입을 모았다.

22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4층에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News1 박지현 기자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장은 제주항공 여객기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과 관련, "규정대로 설치했다면 규정이 잘못된 것이고, 규정을 어겼다면 관리·감독이 실패한 것"이라며 "규정대로 했어도, 안 했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미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은 "대형 참사는 구조와 제도의 실패인데 국가는 늘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서사를 만든다"고 말했다.

삼풍백화점 붕괴로 딸을 잃은 서정수 씨는 "예견된 사고였지만 30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았다"며 국가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김순길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기다려라'는 말은 진실을 밝히는 시간이 아니라 진실을 지우는 시간이었다"며 "독립성과 권한이 없는 조사는 진상 규명이 아니라 면죄부에 그친다"고 전했다.

이들은 모두 "사고 직후엔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실도, 책임도 흐려진다"며 "참사의 이름만 달라졌을 뿐 피해자들이 겪는 시간은 늘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는 한 또 다른 재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29일까지 참사 1주기 추모주간을 운영하고 광주·전남, 전국 각지에서 분향소와 추모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참사 1주기 추모식은 29일 오전 무안공항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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