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아버지 법정구속 됐으면 갓난아기는 살았을까[사건의 재구성]
지적장애인 신분증 빼앗아 유족 연금·주택청약금까지 강탈
법정 불구속 선처 배반…생후 2개월 자녀 방치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악질적인 '장애인 갈취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20대 아버지가 불구속된 상태에서 생후 2개월 된 아기를 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28)는 지난 2021년 7월 중순쯤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20대 B 씨를 알게 됐다. 그는 B 씨를 범행 대상으로 삼아 친분을 쌓았고, 2021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1년에 걸쳐 약 8400만 원을 빼앗았다.
갈취 수법은 악랄했다. A 씨는 B 씨에게 "내가 돈을 관리해 주겠다. 신분증을 달라"고 한 뒤 휴대전화 유심칩도 빼앗았다. 그는 B 씨 카드로 승용차를 구매하는 등 마구 쓰고 다녔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카드결제 내역은 250차례를 넘었다.
A 씨는 이 승용차로 광주 제2순환도로 하이패스 전용 구간을 175차례 무단 통과했다. A 씨가 내지 않은 389만 원의 통행료는 고스란히 B 씨에게 청구됐다.
심지어 B 씨의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해지해 그 돈을 가져가고, 사망한 가족들의 유족 연금도 모두 빼앗아 갔다. A 씨는 B 씨의 유심칩을 자신의 휴대전화에 꽂아 896만 원을 소액 결제했다. 대금 지급은 B 씨의 몫이었다.
B 씨가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폭행까지 반복하며 굴복시켰다.
A 씨는 지난해 3월 준사기, 편의시설부정이용, 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같은 해 8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반성문 등을 검토한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한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 선처를 베풀었다.
불구속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받던 A 씨는 재판부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 그는 올해 8월 아동학대치사,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됐다.
사연은 이랬다. A 씨는 연인 C 씨와 지난 5월 중순부터 7월 말 사이 전남 목포의 한 숙박업소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생후 2개월쯤까지 방치해 숨지게 했다.
이들은 출산 사실을 숨기기 위해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고, 쓰레기가 가득한 비위생적 환경에 아이를 방치했다.
아이는 분유 등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건강이 악화했고 7월부턴 호흡 곤란 상태였으나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숨졌다. 아이는 검진은커녕 필수 접종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아이의 사망을 신고하지 않고 경찰에 발견될 때까지 약 2주간 숙소 쓰레기 더미에 방치한 혐의도 적용받았다.
이들은 조기 출산,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아이를 방치했다고 자백했다.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고 출산한 C 씨는 모텔 객실에서만 생활하면서 무기력에 빠진 상태였다. 출산 사실을 주변인에게 숨기고 싶어 했던 A 씨는 아이를 C 씨에게만 맡겨 방치하고, 방값 독촉을 받기 싫다며 모텔에도 찾아가지 않았다.
해당 사건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무책임하게 아이를 방치했고,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각각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검사와 피고인들은 원심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으며 항소심 첫 재판은 내년 3월 광주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A 씨의 준사기 범행은 이달 중순 피고인 항소 기각 판결로 1심이 내린 징역 1년 6개월이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1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돈을 가로챘다. 심지어 피해자의 유족 연금까지도 본인 계좌로 옮겨 사용하는 등 별다른 죄책감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는 상당 기간 큰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여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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