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두 아들 수면제 먹여 바다 돌진·살해…40대父 "양형부당 선처"

"왜 온 가족이 죽어야 하나" 재판장 질문에 "헤어지는 것보다"
검사 "선처·감형 어울리지 않는 사건"…내년 1월 13일 선고

진도에서 차량을 바다에 빠뜨려 일가족을 숨지게 한 지 모 씨(49)가 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5.6.4/뉴스1 ⓒ News1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단언컨대 감형과 선처, 이 두 단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건입니다."

가족여행을 떠나 수면제를 먹여 잠든 두 아들을 태운 채 바다로 돌진해 살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40대 아버지가 항소심에서 선처를 바랐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는 16일 살인, 자살방조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지 모 씨(49)에 대한 항소심 변론 절차를 종결했다.

지 씨는 지난 6월 1일 오전 1시 12분쯤 전남 진도항 인근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 아내와 고등학생인 두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다.

지 씨는 신용카드사 등에 약 2억 원의 빚을 진 후 아내와 동반자살을 결심했다.

아이들에게 '가족여행'을 가자며 수면제와 피로회복제를 챙겼다. 여행 이틀째 되는 5월 31일 오후 11시 10분쯤 라면을 먹던 아들들에게 수면제를 희석한 피로회복제를 마시게 했다.

아이들이 잠들자 차량 뒷자리에 태워 다음 날 오전 1시 진도 팽목항 인근에 도착했다. 아내와 수면제를 복용한 지 씨는 10분 뒤 차를 바다로 내몰았다.

바다에 빠진 지 씨는 순간 공포심을 느꼈고, 홀로 운전석 창문을 통해 탈출했다. 그는 20분간 헤엄쳐 육지로 올라왔다. 지 씨는 "제가 탈출할 때 조수석에 탄 아내도 깨어 있었다"고 말했다.

지 씨는 119 신고조차 하지 않고 지인에게 "차량을 태워달라"고 요청했다. 지인 차량으로 광주로 도주한 지 씨는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학교 측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태도를 볼 때 앞으로 짊어져야 할 빚 때문에 아들들과 지병이 있는 아내가 피고인에게 짐만 될 것이라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닌지, 피고인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본성마저 의심하게 되는 끔찍한 생각이 든다"며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재판부는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응분의 철퇴를 내리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원칙을 증명해 이같은 범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지 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납득되지 않는 지 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범행 후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 자수하지 않은 이유, 도주한 이유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지 씨는 "정신이 없고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답변했다.

재판부는 "왜 온 가족이 죽어야 된다고 생각했느냐. 16세, 17세 아이들은 부모가 없다고 못 사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앞가림을 할 나이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지 씨는 "4명이 헤어지는 것보다 같이 죽는 게 낫겠다 싶었다. 가족들은 대체로 건강했다. 더 잘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고 진술했다.

검사는 "단언하건대 감형과 선처라는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건이다. 사형을 받아 마땅하며 무기징역 자체가 선처다. 피고인은 남은 인생을 처절히 반성하며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어야 한다"면서 재판부의 항소 기각을 구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3일 오후 2시 광주고법 201호 법정에서 지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연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