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광주대표도서관 건축물 아닌 교량…토목공사 기준 적용됐어야"
경사 있는 독특한 외관에 19m 경간 유지
"토목 구조물 준하는 상세 설계·시공 이뤄졌어야"
- 최성국 기자,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박지현 기자 = 근로자 4명이 사망한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는 독특한 외관으로 인해 일반 건축물이 아닌 교량으로 '토목 공사'에 준하는 용접·접합 공사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됐다.
16일 광주시 종합건설본부 등에 따르면 광주대표도서관은 건물 전반에 기울기를 가진 길이 168m의 독특한 외관으로 건축 중이었다.
철골 트러스 구조물(철골 기둥)에 가로보와 데크플레이트를 설치한 후 그 위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식이다.
광주시 종합건설본부는 이런 독특한 외관의 국제현상설계 공모 건축물을 현실화하기 위해 '장스팬지지 PC거더 공법' 적용을 계약 필수조건으로 내걸었다. 19m 경간 유지 지침을 위반할 경우 평가에서 제외됐다.
광주대표도서관 건축에 적용된 특허 보유 업체의 설명을 보면 개량형 PC거더는 '극한 하중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된다. 최대경간장(기둥 간 최대 거리)은 50m까지 가능하다. 경관 및 시야 확보에 유리하고 거푸집과 동바리가 불필요해 RC 대비 10~15%의 공사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실제 시공사 측은 공장에서 제작된 48m, 폭 20m의 구조물을 24m로 쪼개, 철골 기둥에 올려 볼트를 체결하고 용접하는 식으로 시공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해당 공법은 광주대표도서관을 포함해 전국 25개 과업에 적용됐다. 12곳은 준공됐으며 나머지는 시공 중이다.
그러나 광주대표도서관처럼 건물 전체가 '기울기'를 가진 모양으로 건축 중인 곳은 찾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광주대표도서관이 말만 '건축물'이지 사실상 '경사진 교량'과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토목구조기술사는 "건물 기울기, 규모 등을 볼 때 교량에 준하는 건물로 보인다"며 "토목은 건축물보다 부하되는 하중이 크기 때문에 용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로보가 붙어 있던 연결부 절단면이 너무 깔끔하다. 기둥-가로보-사선 철골 중 2곳이 일체형이 아니면 용접을 해도 접합 강도가 크게 떨어진다. 3개 철골이 동일한 곳에 접합돼 있고, 볼트 간격도 너무 촘촘해 접합도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이어 "건축물 자체도 경사져 있다. 이러면 하중이 일반 건축물과 달리 경사 방면으로 작용한다. 볼팅과 용접 작업을 4면에 걸쳐 진행하는 등 교량 수준의 연결 방법을 썼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교 교수도 "이 건물은 48m짜리 교량으로 봐야 한다. 심지어 평평한 게 아니라 경사가 졌다. 콘크리트 하중 등 힘의 흐름이 수직이 아닌 다른 곳으로 집중될 수 있어 굉장히 불완전한 형태"라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접합부와 철골, 보, 기둥이 만나는 접합부는 1.4배 이상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게 설계의 원칙"이라며 "연결부가 깔끔히 떨어진 걸 보면 48m 대경관을 감안하지 않고, 상세 설계가 부족했거나 시공 문제다. 토목구조물에 준하는 정밀 구조 설계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교량의 경우 손상·파손은 거의 예외 없이 보강재 연결부의 불량으로 접합부, 연결부에서 시작된다. 원인은 제작 또는 가설단계에서 용접결함이나 불량한 접합, 과도한 초기변경 등에 기인한다.
특히 교량 받침, 상부구조 지점 보강재의 중심축 뒤틀림은 반복 하중에 의해 특정 지점으로 응력을 과도하게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광주대표도서관 건설 현장에선 지난 11일 오후 1시 58분쯤 건물 옥상층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건물 잔해에 매몰됐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4명이 숨졌다.
광주경찰청과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 원인과 구조적 결함 여부 등을 과학적·객관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16일 사고 현장 합동감식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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