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남편' 타고 온 자전거 찾은 60대 아내…"차디 찬 곳에 어떻게"

매몰된 형에게 기술 배운 동생 "시스템 동바리 하나만 있었어도"

12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상무지구)의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 중 붕괴 사고로 구조물 안정화와 보강작업을 위해 수색작업이 멈춰있다. 2025.12.12/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차디 찬 곳에서 무겁게 있을텐데…구조가 지연되니 마음이 너무 아파요."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실종자인 70대 철근공의 동생인 60대 고성석 씨는 사고 이튿날인 12일 수색·구조 중단 소식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실종자 가족을 위해 마련된 재난현장 회복지원 버스 내부에 머물지 않고 사고 현장 앞을 계속 서성였다.

물품 지원 등을 위해 드나드는 구급차에 혹여나 사람이 실려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밖에 있는 게 편하다고 했다.

실종자 아내인 60대 A 씨도 버스에서 나와 사고 현장 정문 앞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내부를 바라봤다.

A 씨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남편이 상무역부터 현장까지 타고 오는 자전거를 찾아 돌아다니기도 했다.

A 씨도 답답한 마음에 현장이 보이는 곳에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얽히고 설킨 철근과 콘크리트들로 추가 붕괴가 우려되면서 이날 오후 6시까지 수색·구조가 중단된 것을 알게 되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고 씨는 "콘크리트가 굳으면 깨기가 힘들어 구조가 더 늦어질텐데 가슴이 아프다"며 "작업이 재개돼도 중장비가 투입돼 형님이 차가운 곳에서 쿵쿵쿵거리는 소리도 들어야 하고 그런 게 아쉽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빨리 형님이 구조돼 자유로운 몸으로 좋은 곳에 보내드리고 싶다"고 했다.

고 씨는 전날 가족의 전화 한 통을 받고 형의 사고를 접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본인도 형과 같은 일을 하는 입장으로서 사고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머리가 멍해졌고, 경기도 용인에서 곧장 사고 장소인 광주로 향했다. 눈 앞에 마주한 사고 현장은 더 처참했고 본인마저 관련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고 씨는 "일을 하다가 위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다칠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12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상무지구)의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 중 붕괴 사고로 구조물 안정화와 보강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주민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2025.12.12/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그는 건설업계 전반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저가 입찰을 시작으로 공사 현장 윗쪽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할 경우 아래쪽에선 작업이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안전불감증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고 씨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는데 현장이 붕괴되자 형이 아래쪽에서 도망을 갔다"며 "시스템 동바리 하나만 있었더라도 붕괴는 안됐을 건데 현장에서는 돈에 대한 애착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주월드컵경기장 총수도 지내고 굵직한 공사에 투입되는 베테랑 형님"이라며 "나에게 기술을 알려준 사부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고 씨는 30년 넘게 관련 일을 해온 경력자로서 "볼트와 용접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사고 원인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형을 남에게 베풀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고향인 전북 순창에서 주말마다 배추와 콩 농사 등을 짓는 형은 자기 몫을 챙기기 보단 항상 다른 사람에게 나눠줬다. 2주 전 마지막 통화에서도 고 씨가 형과 김장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며 '배추가 있냐'고 물어봤다는 것이다.

고 씨는 "형은 본인이 다음 날 전세집 이삿날이어도 다른 사람이 힘들다 하면 돈을 빌려줄 정도로 본인보다 남을 더 챙기는 사람이다"며 "어서 빨리 구조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