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스캠' 돈 건네려 보이스피싱 범죄…배심원 만장일치 '유죄'
"하와이 갈 돈" 은행 속이고 달러 환전…증거 인멸도
광주지법,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유명가수를 사칭한 로맨스 스캠 범죄자에게 건넬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를 벌인 현금 수거책에 대해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이 만장일치로 집행유예 평결을 내렸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는 17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돼 국민참여재판을 받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27일 전남 목포 한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1350만 원을 달러로 환전, 전달책에게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피해자가 입금한 2350만 원 중 1350만 원을 인출, 달러로 환전한 뒤 퀵서비스 배달 기사에게 건넸고 나머지 돈도 2차 환전하려다 직원의 눈썰미에 적발됐다.
A 씨는 온라인으로 대출을 알아보던 중 알게 된 보이스피싱 조직원 B 씨의 지시에 따라 범행했다.
그는 '거래 실적이 있어야 대출이 가능하다'는 B 씨의 말에 따라 자신의 통장 사본을 넘겼고 범행에 가담했다.
은행 직원은 거금을 환전하려는 A 씨에게 자금 사용처 등을 물었는데 A 씨는 "가족들과 3박 4일로 하와이 여행을 가려고 한다"고 거짓말했다.
A 씨는 현행범으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도중에도 B 씨에게 카카오톡으로 "경찰에 걸려서 조사를 받게 됐다"고 보고했다. "성실히 수사를 받으면 별일이 없을 것"이라는 B 씨의 말에 따라 수사 받던 도중 B 씨와의 통화, 대화 문자내역을 모두 삭제했다.
검찰은 "A 씨가 경찰서에서 대화내역을 삭제하는 바람에 B 씨를 붙잡아도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며 "피고인은 일반적인 상식에서 대출을 해주겠다는 이유로 실제 존재하는 은행인지, 은행직원은 맞는지 등 아무런 확인조치 없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완성시켰다"고 지적했다.
A 씨는 SNS에서 유명가수를 사칭하는 다른 인물의 '로맨스 스캠'에 당해 대출을 받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다. 팬이시라면 도와달라'는 유명가수 사칭범에게 보낼 500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보이스피싱 범행인 줄 몰랐다'며 배심원단에 선처를 구했으나, 다수 사기 범행에 사용된 A 씨의 통장으로 누군가 1원씩 보내며 남겼던 '사기 계좌 확인 요망'이라는 문구가 고의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됐다.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A 씨에 대한 유죄 판단을 내리고, 대부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적당하다는 평결을 모았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양형 기준은 징역 1년 6개월~징역 15년이다. 검찰은 A 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10여년 전부터 사회적 폐해가 널리 알려졌다. 피고인은 누군가 보낸 사기 계좌 확인 요망 문구를 보고도 거짓말로 2차례에 걸쳐 환전을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범행 당시부터 미필적으로나마 범행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배심원 평결과 모든 양형 조건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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